“32세 미만만 무대 꾸며보라”
교사들 준비 부담 스트레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 중인 A 씨는 최근 원치 않는 일에 동원돼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교장의 퇴임식에 맞춰 무대를 꾸미도록 강요받았기 때문이다. A 교사는 18일 “교무부장이 교내의 32세 미만 선생님들만 불러모아 교장의 퇴임을 위한 공연을 준비하도록 강요했다”며 “젊은 선생님들 모두 불합리한 요구에 화가 난 상황이지만 노래 한 곡 부르는 정도로 일단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하’ 무대뿐만이 아니다. 교사들이 학년별로 모여 교장의 퇴임식 때 상영할 영상을 1분 정도씩 준비하도록 지시받기까지 했다. 영상에는 교사들이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겼다. 이 학교에서는 지난해에도 정년퇴임을 맞은 한 여교사의 퇴임식에서 젊은 남교사들이 노래를 부르고 해당 여교사에게 장미꽃을 전달하는 무대를 꾸몄다. A 교사는 “우리 학교만이 아니라 곳곳의 초등학교에서 이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이런 동원 사례는 많았다. 경기 수원시의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B 교사 역시 지난해 2월 말 교무부장 지시로 교장의 퇴임식을 준비했다. B 교사는 “교무부장이 20대와 30대 초·중반 교사들을 직접 불러모은 뒤 퇴임식이 있으니 간단히 공연을 준비하라고 명령했다”며 “학년 초에 바쁜 일이 많은데 공연 준비까지 해야 해서 선생님들 사이에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경기 군포시에서는 한 초등학교 교장이 자신의 퇴임에 맞춰 기념예배까지 진행했다. 지난해 8월 학교 인근의 한 뷔페에서 진행된 퇴임예배에 교사들이 불려가 강제로 예배에 참여했다.

초등학교 교사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악습에 대한 교사들의 불평·불만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한 교사는 “현재 학교에서 근무하는 동안 몇몇 선생님들의 퇴임식이 있었고 그때마다 당연하다는 듯이 3∼4년 차 이하 교사들에게 교감선생님 등이 메신저를 보내 공연을 준비하라고 했다”고 적었다. 또 다른 교사는 “간단히 앞에서 노래만 부르면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지만, 축하나 존경은 자발적일 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댓글에는 “고깃집에서 옷을 맞춰 입고 걸그룹 춤까지 췄다”는 하소연도 등장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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