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이란 나이요? 숫자에 불과합니다. 공부의 한(恨)을 풀었습니다.” “아버지, 저 이제 대학 갑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또는 개인 사정으로 배움의 기회를 잃었다가 당당히 고교, 중학교 졸업장을 취득한 만학 여성들의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
2년제 학력인정 평생 학교인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오는 26일 서울 마포구 대흥로 마포아트센터에서 중학교 7개 반(281명), 고교 6개 반(212명)의 졸업식을 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에도 고교 졸업생 212명 전원이 대학에 합격해 ‘13년 연속 졸업생 100% 대학 합격’이란 기록을 세웠다.
고구려대학 아동 노인복지학과에 입학하는 서울 은평구의 김순실(90) 씨는 20살에 남편을 만나 아들 둘을 낳았지만 1·4 후퇴 때 남편을 지뢰 사고로 잃었다. 이후 호텔 청소일 등 모진 고생 끝에 자녀들을 성장시킨 후 배움의 갈증을 초등학교부터 풀기 시작했다.
김 씨는 “90세는 아직 건강한 청춘이고 더 도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강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는 서울 강서구의 노복례(76) 씨는 70세가 되던 해, 삶의 연장전이란 생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노 씨는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 칙칙한 빛깔만큼이나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진학을 포기하고 방황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 슬픔은 이제 옛이야기로 남기겠다”며 “학교를 알고 배움에 꿈과 희망을 싣고 새롭게 발전하는 삶 자체가 기쁨과 보람이다”고 했다.
숭의여대 패션디자인과에 수석 합격한 은평구의 강대원(71) 씨는 13세에 부모를 잃으면서 배움의 기회를 놓쳤다. 강 씨는 “인생의 신조가 안 되면 될 때까지 하고 또 하는 것”이라며 “돌아가신 부모님이 아신다면 우리 딸 장하다고 안아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강 씨는 손자 2명을 돌보면서 싱크대 위 찬장에까지 영어단어, 문장을 붙여 놓고 설거지를 하며 외우는 ‘형설지공(螢雪之功)’의 노력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