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희, 눈-비-물, acryl on canvas, 131㎝×168㎝, 2012
성병희, 눈-비-물, acryl on canvas, 131㎝×168㎝, 2012
정말 실존은 본질에 앞서는 것이었을까. 오늘날 미증유의 문명 상황을 성찰하자. 스스로 운명과 미래를 개척하고 영위하고자 몸부림치는 우리 현존재의 암울함이 역력하지 않은가. 어느 누구도 인류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이는 드물다. 그나저나 저 심연에서부터 엄습해오는 불안의 그림자란 무엇이란 말인가.

성병희가 그리는 초상은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실존적 불안을 한눈에 느끼게 한다. 겁에 질리고 슬픔으로 충혈된 눈, 생기가 없는 무표정, 눈물이 메마른 눈을 대신해 흐느끼는 듯한 창 등의 장면이 뭉크의 ‘절규’를 떠올리게 한다.

무표정과 침묵의 절규인 것이다. 비극적 환경이 아니어도, 운명적으로 맞이한 삶 자체는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다. 우리에게 행복이라는 것도 결국은 망각의 선물인 것이다.

작가는 미래를 막연하게 맞이하고, 현재를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이 자신에게 닥칠 죽음조차도 망각하고, 그저 무의미하게 존재를 소모해가며 사는 태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이 경구만큼만 말이다.

이재언 미술평론가·인천 아트플랫폼 관장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