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당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법정구속과 항소심 재판부 배정과 관련해 연일 사법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여당 소속 현직 도지사의 법정구속은 정치적으로는 여당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더구나 국회의원 재·보선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비록 1심이라 해도 유죄 판결이 나오고 구속됨으로써 정치적 타격이 작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다 보니 항소심 재판부의 구성에 문제가 있다거나, 사법 농단으로 인한 적폐의 반작용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사법 개혁 또는 법원개혁 주장이 다시 대두하고 있다. 여당과 일부 야당에서는 사법 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법관에 대한 탄핵 주장이 또 나온다. 김 도지사의 구속을 두고, 해당 법원과 대법원 앞에는 찬반 세력들이 모여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가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집회를 통해 찬반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나, 정치권이 1심 판결문을 분석해 결과를 공표하는 등의 행위는 재판에 관여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말이 나돌았고, 사법부는 빈번히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그런데도 사법부를 개혁의 대상으로 강하게 압박하지 않았다.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다수의 법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법부는 부패와 비리의 대상에서 적폐의 대상이 됐다.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 준수는 헌법의 요청이다. 헌법은 정치적 중립을 담보로 법관이 오직 헌법과 법률 및 법적 양심으로만 재판할 것을 명시함으로써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법치국가는 기본권의 최대한 보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재판청구권을 핵심적인 인권으로 본다. 재판청구권의 보장을 위해서는 소송 법제와 사법 제도의 구축이 필요하다.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전담해야 하는 법원은 법치국가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조직이다. 헌법이 법원조직과 법관의 재판상·신분상 보장을 명시하고 있는 것은 법치국가의 근간을 보장한 것이다. 그래서 법원 조직은 정치적 영향을 최대한 받지 않도록 보장돼야 하고 재판에 외부의 간섭이나 영향은 최대한 배제돼야 한다.
사법부의 조직과 권한은 헌법과 법률에 의거해야 하고, 관련 법률은 헌법에 근거해 입법부인 국회가 제정해야 한다. 그래서 현행 법원 관련 법제에 문제가 있다면 개정해야 하고, 법원의 구성원에 문제가 있다면 형사사법 제도와 관련된 법률에 따라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헌법은 제65조 제1항에서 법관을 탄핵소추의 대상으로 하고 있고, 법관도 직무수행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다면 탄핵소추될 수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의 나라에서는 이미 법관 탄핵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 법관의 탄핵 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
특정 재판이나 특정인 때문에 사법 개혁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사법 개혁은 인권 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민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사법 개혁에는 법원 개혁뿐만 아니라 검찰 개혁이나 수사권 조정 문제 등 광범위한 개혁 문제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사법 개혁을 정치적 문제와 연계해 추진한다면 오히려 법치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법치는 법 앞에서 누구나 실질적으로 평등해야 한다는 지극히 간단한 기준을 전제로 하는 법의 지배를 말한다. 재판에 관해서는 관련 법제에 따라 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법치를 확립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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