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중력’ 출간한 권기태
“든든한 울타리인 언론사를 그만두고 작가 생활을 시작하면서 마음속에 명심하자고 각오한 게 두 가지, 하나는 고전을 손에서 떼지 말자, 다른 하나는 발로 뛰면서 소설을 쓰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느낀 걸 쓰자는 것이었습니다.”
2006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 이후 13년 만에 장편 ‘중력’(다산책방)으로 돌아온 권기태(사진) 작가는 긴장된 표정으로 2013년 9월 별세한 최인호 작가의 빈소를 다녀온 후 손에 잡았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이야기부터 꺼냈다. 줄거리를 조금 길게 설명한 후 그는 “결국 자연과 파도에 맞선 한 인간의 의지를 그린 게 ‘노인과 바다’다. 바로 여기서 주인공은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느낌을 갖게 된다”면서 “내가 ‘중력’을 쓴다면 이런 소설이 돼야 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권 작가는 언론사 문학 담당 기자였다. 현장을 발로 뛰며 문학 작품과 작가를 기록했다. 그러다가 소설을 직접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2006년 장편 ‘파라다이스 가든’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으면서 작가로 독립했다. 그때만 해도 자신만만했다. 머릿속에는 앞으로 써내려갈 4편의 아이디어가 가득했다. 기자로서 취재력만 더하면 금세 글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독특한 소재라고 생각했던 건 이미 다른 작가가 써놓은 상태였다. 다시 우주인 선발을 소재로 새로운 구상에 나섰으나 논픽션 이상을 쓰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내 이야기’를 소재로 쓰기는 싫었다. 그렇게 실패가 거듭되고 다시 인터넷 회사에 취직했다가 2013년 다시 ‘전업작가’로 용기를 냈다.
“‘중력’을 기획한 것부터 치면 13년이니까 참 오래 걸렸네요. 본격적으로 다시 쓰기 시작한 건 2015년부터입니다. 계속 숙제로 남아 있었는데 초판 출판사에서 다시 제안을 해줬어요. 4년간 35번을 고쳤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터키의 오르한 파무크가 ‘바늘로 우물을 파는 게 소설’이라고 했다는데 저는 바늘로 화석을 발굴해서 살아 있는 생명으로 숨을 불어넣는 과정 같았습니다.”
13년 전엔 무척이나 신선한 소재였을 법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주인 선발은 더 이상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13년이 지나면서 세월의 때가 묻었다.
“소재가 퇴색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컸어요. 그래서 이 소설은 지상에서 시작해 지상에서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인터스텔라’와 ‘마션’ ‘스테이션7’ 같은 영화들이 나와버렸는데 그 이상의 판타지나 서스펜스를 주긴 어려울 것 같았어요. 대신 저는 인생의 페이소스에 집중했습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주인공들은 어떤 선택을 내리는가, 인간은 무엇이고 삶은 무엇인가, 이런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456쪽, 1만48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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