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늘’로도 불리는 달래. 부드럽고 싱그러운 향기를 뿜어내며 한겨울 추위로 찌든 심신에 원기를 북돋워 준다.    김선규 기자 ufokim@
‘작은 마늘’로도 불리는 달래. 부드럽고 싱그러운 향기를 뿜어내며 한겨울 추위로 찌든 심신에 원기를 북돋워 준다. 김선규 기자 ufokim@

파의 매콤함·양파의 단맛 등
한식 향신료 다 모아놓은 맛
시설 재배로 10월~4월 출하

잎과 뿌리 싱싱한것이 좋아
비늘 줄기 겉껍질은 떼내고
신문지에 싸서 냉장 보관을

봄동·오이와 버무리면 꿀맛
향긋한 달래장 ‘최고의 반찬’
은달래 말려 장아찌 담그기도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과 우수(雨水)도 지나고 개구리가 잠을 깨는 경칩(驚蟄)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어제 대보름에는 오곡밥과 함께 묵은 나물을 먹었다. 이때가 지나면 얼었던 땅이 녹아내리고 자연은 ‘천하의 진미’인 햇나물을 선물로 내려준다. 겨우내 추위를 이겨낸 달래가 먼저 새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달래를 비롯해 마늘, 부추, 대파, 쪽파, 양파 등은 모두 파속(屬) 식물인데 전통적으로 조미채소로 사용했다. 황을 함유하고 있는 다이설파이드 같은 물질이 들어 있어 독특한 향기를 뿜어내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식물은 학명(學名)이 모두 ‘Allium’ 속(屬)으로 시작하는데 마늘을 뜻하는 라틴어라는 점을 보면 같은 특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황을 함유하는 성분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알리신(allicin)인데 살균작용을 하고 암을 예방하는 성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밖에도 달래는 구충, 콜레스테롤과 혈당 감소, 항산화활성 등이 알려져 있어 오래전부터 약용 식물로도 쓰였다.

‘작은 마늘’로 불렸던 달래는 양파의 비늘줄기를 축소해 놓은 것처럼 닮았다. 알싸한 마늘 맛, 매콤한 파의 맛, 향긋한 양파의 단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한식에 쓰이는 향신료들의 좋은 점을 모두 모아놓은 것 같다. 쌉쌀하면서 산뜻한 맛이 나게 한다. 은은하고 톡 쏘는 매운맛으로 집에서 기르는 채소가 나오기 전까지 이른 봄의 미각을 잘 살려준다. 달고 은은한 뒷맛에서는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독특한 맛과 향으로 음식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봄나물 달래만의 매력이다. 달래 특유의 풍미는 한국인의 정서와 기호에 잘 맞는다.

우리나라 산과 들 어디에나 잘 자라며 전국적으로 분포한다. 세계적으로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 널리 퍼져 있다. 경남지역에서는 ‘달롱개’, 제주지역에서는 ‘꿩마농’으로 불렸고 오래전부터 생활 속에 깊이 자리를 잡았다. 3~4월에 산과 들에서 달래를 캔다. 바구니를 옆에 끼고 봄나물을 캐러 가는 모습은 아름다운 한국적 풍경이다.


달래는 땅속 비늘줄기에서 가느다란 잎을 2~3개 뻗어 올리며 봄이 왔음을 알린다. 아직 추위가 가시기 전 이른 봄에 잎을 내는 이유는 다른 잎이 무성해지기 전에 햇볕을 독차지하기 위함이다. 일찍 나오기 위해 추위에 잘 적응했다. 영하의 온도에도 잘 견딘다. 봄이 막바지에 이르면 꽃대를 높이 올려 맨 꼭대기에 싹이 날 수 있는 구슬 모양의 작은 생명체 여러 개를 매단다. 달래는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생육을 멈추고 여름잠을 잔다. 달래가 여름잠을 자는 이유는 무더워지는 여름철의 불리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함이다.

한여름이 지나 서늘해지면 여름잠에서 깨어나 자라기 시작한다. 다른 풀이 시드는 가을에 다시 자라 햇빛을 받는다. 여름잠을 자는 습성은 수선화를 닮았다. 달래는 이렇게 환경변화에 잘 적응하며 살아왔고 사람도 주는 대로 받으며 자연에 순응했다.

따뜻한 봄에 먹던 달래를 지금은 시설재배를 해 10월부터 4월까지 계속 맛볼 수 있다. 1∼3월에 가장 많이 출하되고 6∼9월에는 나오지 않는다. 달래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해 하우스에서 재배를 할 때도 특별히 난방을 하지 않아도 된다. 충청남도는 달래 주산지인데 서산과 태안 두 지역이 우리나라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산 달래와 태안 달래는 각각 특허청의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지리적 표시제 등록으로 지리적 특성과 품질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달래는 씨앗을 뿌리거나 모종을 심지 않고 여름잠을 자기 시작할 때 수확해 둔 비늘줄기인 알뿌리를 모아 말렸다가 심는다. 알뿌리 구입에 쓰는 비용이 전체 경영비의 45%나 된다. 하우스에서 빽빽하게 심어 재배한다. 가을에 심어 한겨울에도 40일 정도 지나면 달래 수확이 가능하다. 수염뿌리와 함께 뿌리째 수확하고 씻어낸다. 흙을 털어내는 세척작업은 특히나 힘들고 고된 일이다. 다른 농사도 힘들지만 달래 농사는 추운 겨울에 쪼그려 앉아 일하는 작업이 많아 관절과 근육에 무리가 가서 특히 힘들다. 더구나 농촌 인력이 고령화돼 더 그렇다.

종자용 달래는 따로 키우는데 벼를 말리는 그물망을 흙 위에 깔고 달래 비늘줄기를 뿌리고 다시 그물망을 덮어 1년을 키운다. 꽃대 끝에 매달린 구슬 눈도 따로 수확한다. 어미 달래에서 자식 달래가 생겨 농사에 쓸 수 있는 알뿌리 수가 불어난다. 알뿌리는 양분을 저장하면서 둥근 모양으로 커진다.

농협유통 농산팀의 윤경권 팀장은 좋은 달래를 고르는 법은 일반 채소 고르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잎이나 뿌리가 싱싱한 것을 고른다. 마르거나 시들지 않은 것, 뿌리에 이물질이 없는 것을 고른다. 달래는 날로 먹는 경우가 많아서 세척에 신경을 써야 한다. 비늘줄기 겉껍질은 떼어내고 먹는다. 보관할 때는 마르지 않도록 신문지에 싼 후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고에 둔다. 잎이 가늘고 연해서 되도록 오래 보관하지 말고 그때그때 먹을 분량을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달래는 나른해진 입맛을 다시 돌아오게 한다. 입맛이 없을 때 구수한 달래된장국과 달래무침은 생기를 돌게 한다. 달래의 깔끔한 향기는 된장의 잡냄새를 잡아주기 때문에 끓인 후 마지막에 달래만 넣으면 향도 좋은 맛있는 된장국을 누구나 끓여낼 수 있다. 달래 자체로도 향이 강해 따로 마늘이나 파를 넣지 않고도 훌륭한 맛을 낸다. 1년 넘게 키운 은달래를 살짝 말려 장아찌로 담가두면 사계절 내내 맛있는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달래는 다른 재료와 조화를 잘 이룬다. 무침과 나물로 모두 잘 어울린다. 봄동이나 오이와 함께 버무려 먹으면 맛있다. 골뱅이 무침에 달래와 깻잎을 조금 넣어 함께 무쳐 먹으면 특별한 맛이 난다. 불고기나 볶음요리에 달래를 썰어 곁들이면 색깔도 조화로울 뿐만 아니라 느끼한 맛을 잡아주고 입안 가득히 달래 향을 품을 수 있다.

달래장은 만능 요리사다. 어디에나 두루두루 활용하기 좋다. 여러 종류의 비빔밥에 만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잘 어울리는 양념이다. 곤드레밥, 콩나물밥, 굴밥, 연근 우엉밥, 꼬막비빔밥에 달래장을 넣어 비벼먹는다. 달래 향은 비빔밥과 잘 어우러지면서 묘한 마술을 부린다.

달래는 맛있다. 날로 먹어도 맛있고 익혀도 맛있는데 양념장으로 만들어 먹으면 더 맛있다. 어디든 어울리는 맛이라 양념장인 달래장에 바싹 구운 파래 김만 찍어 먹어도 맛있다. 마른 김을 구워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밥을 놓고 향긋한 달래장을 넣어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는 최고의 밥상이 된다. 향으로 먼저 반하고 입안에서 느껴지는 상큼함으로 다시 한 번 감동을 얻는다. 달래 특유의 달콤한 끝 맛은 화룡점정이다.

달래 특유의 쌉싸래한 맛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해산물을 넣은 달래 전을 만들어 주면 좋다. 달래를 잘게 잘라 전을 만드는데 한가운데 새우나 오징어를 올려 만들면 모양도 예쁘고 맛도 좋다. 달래장을 찍어 먹으면 맛이 배가된다. 계란말이에도 달래를 넣고, 달래를 이용한 달래 파스타와 샐러드도 만들어 보자. 달래를 넣어 만두를 빚고 달래 향을 느낄 수 있는 달래만둣국도 맛보자.

신구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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