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주체·대상·범위에 촉각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은 북핵 사찰·검증이 포함된 비핵화 로드맵 합의 여부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사찰·검증을 수용할지, 수용한다면 그 주체와 대상·범위 등을 어디까지 받아들일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쯤으로 예상되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의 실무회담에서도 사찰·검증 문제가 ‘상수’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한도 이미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상황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 뒤 대국민 보고에서 “북한이 사용한 참관이나 영구적 폐기라는 용어는 결국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폐기라는 말과 같은 뜻”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검증·사찰 문제를 어느 수준에서는 미국과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도 북한 비핵화의 ‘단계적 접근법’을 수용하더라도, 각 단계에서 국제적 기준의 사찰·검증을 포기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문제는 검증·사찰의 수위다. 미국은 북핵 시설 등에 대한 사찰·검증이 국제적인 공인 하에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위성 사진 등을 토대로 북핵 시설을 감시, 폭로하는 미 전문매체인 38노스는 IAEA와 핵 보유 5개국(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을 중심으로 현장사찰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IAEA도 지난해 3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IAEA와 미국의 검증 요원들이 함께 일하는 것은 공유된 인식”이라고 밝혔고, 일본도 초기 비용 제의 등을 통해 사찰·검증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상태다.

하지만 북한의 자발적 협조 없이는 원활한 사찰·검증이 불가능하다. 일단 북한은 전체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포괄적 신고에는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이미 제시한 영변 핵시설에서 조금 더 나아간 ‘플러스 알파(+α)’ 수준에서 사찰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단계적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합의라도 이번 회담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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