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북 2차 회담에 비관적 전망
北, 핵 포기 의지 여전히 없고
美, 준비 안 되고 비핵화 뜻 약해
韓, 미·북 합의 리스크만 떠안아
文정부, 남북 경협 밀어붙이면
미·일로부터 심각한 역풍 우려
“그들은 실패할 것이다!(They will lose)”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회담에 대한 전직 미국 외교관의 전망이다. 김정은 정권과도 협상했던 이 외교관이 지칭한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협상팀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미국에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날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이 외교관의 단호한 입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북한은 여전히 핵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북한의 후원자인 중국을 통해 북·중의 속내를 들어보자. 올해 초 중국 외교부 고위 당국자와 나눈 대화다.
Q: 북한은 핵을 포기할까?
A: 30년 안에는 가능성이 없다.
Q: 북핵은 중국에도 위협 아닌가?
A: 북한 같은 약소국이 핵을 가진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나.
Q: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깨지는 걸 미국이 놔두겠나?
A: 북한은 NPT 회원국이 아니다.
Q: 그럼 한국이 핵무장을 해도 되나?
A: 남한 핵무장? 하하하… 그건 안 된다.
Q: 왜 그런가?
A: 당신 나라 국민이 반대하지 않는가.
둘째, 트럼프는 준비가 안 돼 있을 뿐 아니라 북핵 해결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 6·12 싱가포르 1차 회담을 앞두고 북한도, 핵도 공부하지 않았다. 국무부와 중앙정보국(CIA)이 브리핑을 하면 짜증만 냈다.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CIA가 북핵 협상의 역사를 1시간짜리 동영상 5편으로 만들어 트럼프에게 보여주는 걸로 대신했다. 이번에도 크게 변한 것이 없다. 트럼프에게 김정은과의 회담은 국내 정치 돌파와 노벨평화상 수상 용도에 불과한지 모른다. 그가 지난 15일 “그저 북한이 핵실험 안 하길 원한다”는, 맥락에 맞지 않는 엉뚱한 말을 해도 놀랄 일은 아니었다.
2차 회담에서도 트럼프는 회담을 성공으로 포장하기 위해 합의문을 낼 것이다. 1차 회담의 합의는 양국 관계 수립·한반도 평화체제·한반도 비핵화에 노력하고, 미군 유해를 송환하는 것. 이번에는 미·북이 실무협상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약간 살을 더 붙이는 수준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북 연락사무소 개설, 중국을 포함한 다자간 평화협상에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핵심 쟁점인 비핵화 그리고 추가적으로 제재 해제와 관련해서도 모호하고 간접적인 표현의 합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을 인용해 ‘영변 핵 시설 폐기’를 시사하고, 남북 간의 협력 사업(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에 유의한다는 식으로 일시적 제재 완화·면제를 암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합의는 미·북이 하지만 제재 위험 감수 등 이행이나 파행의 책임은 한국에 떠넘겨지는 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3차 회담을 약속할 수 있지만,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는 다음 달 로버트 뮬러 특검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국내 정치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트럼프-김정은 합의 유효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트럼프의 임기를 넘기지 못할 전망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문재인 정부는 3∼4월로 예상되는 김정은 답방에 맞춰 본격적인 남북 경협을 추진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안에 금강산 관광은 물론 개성공단 재개도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비핵화는 뒷전이고 경협만 앞세우면 보수 세력과의 충돌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 우려되는 것은 외부로부터의 충격이다. 미 의회의 트럼프와 북한에 대한 ‘분노’가 한국을 향할지도 모른다. 미 상원 여야 지도자들이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남북 경협을 서두르면 한국 은행·기업들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일본에서는 반도체 핵심 물질 수출 중단 얘기가 나왔다. 한국 대표 기업들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김정은이 베트남에서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할 것이라는 말이 불길하게 들린다.
미·북 2차 정상회담은 단순히 성과 결여가 우려되는 정도가 아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안보와 경제 양 측면에서 리스크가 너무 많다. 문재인 정부도 남북 경협의 단꿈만 꿀 것이 아니라 미·일·북 등에서 올 수 있는 심각한 위험 요인들부터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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