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왕사의 밤

한때는 너와 나 손을 얹던 그려놓은

누이 머리 위로 드러나는 월명사

대낮에 벽화는 마음속으로 울지 않는다

검정을 두르는 붓으로 붉은 날개를 지워서 누이는 성글하다

누이여 밝음을 밟고 오세요 초록으로 자라나고

밤으로 맑은 눈 그리기를 반복하는 월명의 그림자

월명사는 그림자의 밤을 두르고 그림자만 터치하고 있다

밤을 곁에 두고서 창문을 내려다보면 모두 검정

월명은 지붕의 담장을 덮고 있다

월명사의 입술은 탑에 두고 누이를 닮은

왼팔을 길게 펴 월명의 그림자는 날개가 되는 거야

날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월명과 밤

월명은 월명사의 어깨 옆으로 모두 어둠을 늘리며

붉은 입술은 나의 밤을 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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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 1980년 ‘신세계’ 등단. 시집 ‘마음에 내리는 꽃비’ ‘차와 달의 사랑노래’ ‘두 번째 벙커’ ‘모든 입체들의 고독’ 등. 2018년 ‘저녁에 오는 사물들’(포엠포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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