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사는 로버트 챈(32)은 열여덟이 되던 해부터 하루 15개비의 담배를 피워 온 ‘헤비 스모커’다. 담배를 끊으려 수차례 노력했지만 10여 년을 이어온 습관은 쉽사리 떨쳐낼 수 없었다. 그래서 2년 전부터 전자담배(사진) 대열에 동참했다. 그는 20일 CNN에 “담배는 끊고 싶지만 아직 니코틴을 끊을 준비는 덜 됐다. 중간다리의 역할로, 담배보다 덜 해로운 이걸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챈과 같은 전 세계 3500만 명 전자담배 이용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적지 않은 국가들이 ‘전자담배 금지’를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챈이 거주하는 홍콩이 대표주자다. 이날 홍콩 입법부는 연초형 담배가 아닌 모든 담배류를 금지하는 법안 심의에 들어갔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비롯한 흡연 대체 제품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으로, 이와 같은 제품을 소지하거나 수입, 생산, 판매, 유통하는 누구든지 최대 징역 6월이나 5만 홍콩달러(약 715만 원)의 벌금을 무는 것을 골자로 한다.
홍콩 정부는 흡연자들에게 대체품을 제공하는 것보다 청소년들이 전자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안토니오 쾅 흡연·건강 위원회장은 “이런 제품들은 아직 담배를 피우지 않는 청소년들을 이것이 유행인 것처럼 유혹한다”고 경고했다. 식품 건강국 대변인 역시 “결국 전통적인 담배를 소비하게 하는 관문일 뿐”이라며 “이러한 제품들은 위험하며, 간접흡연을 야기한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TO) 역시 전자담배의 장기적 영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아시아전자담배연합 관계자는 “전자담배 등을 피우는 흡연자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처럼 전자담배를 금지하는 나라는 브라질, 아랍에미리트(UAE), 태국 등 총 39개국이다. 호주에서는 니코틴을 포함하지 않는 전자담배만 합법이다. 필리핀에서는 전자담배를 금지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설전이 벌어지는 중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의학협회에서 발간하는 의학 잡지인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지에 1월 말 실린 연구논문에 따르면 전자담배 사용자가 1년 후 금연에 성공한 비율은 18%로 나타났다. 일반 담배 사용자의 9.9%보다는 두 배 정도 높지만 금연의 중간단계로 보기는 어렵다. 또 함께 실린 다른 논문에서는 일부에서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 모두 사용하는 심각한 위험이 나타나기도 했다. 향료형 전자담배가 폐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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