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인간의 최후’ 다뤄
지금까지 죽어 사라진 사람중
되돌아와 천국 알린 사례 없어
종교의 사후세계는 소망일뿐
“죽음을 기억하되 현재 즐겨라”
不死 비즈니스 휘둘리지 말고
좋은삶 사는데 집중하라 조언
‘천국의 발명’은 이중의 의미에서 ‘최후의 과학’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인간의 최후, 즉 죽음을 다룬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 앞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인간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가, 천국은 정말로 존재하는가, 영혼은 실재하는가 등등의 질문에 답하려 한다. 종교는 일찍이 답을 찾은 듯하지만, 과학은 답을 아직 찾지 못했다. 종교가 더 훌륭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종교적, 신비주의적 악령들을 철저히 논증하고 비판한다.
‘천국의 발명’은 ‘과학의 최후’를 다룬다. 과학이 마지막까지 정복하고자 하겠지만, 분명히 성공하지 못할 궁극의 미션을 담고 있다. 죽음에 대해서라면 과학은 아직 충분히 만족할 만한 대답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과학이 밝혀낸 죽음의 모든 것을 알려고 한다면, 과학이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라. 문장은 간결하고 아름다우며, 생각은 명석하고 통찰력이 넘친다. 과학 잡지 ‘스켑틱’의 편집장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죽음의 과학적 실체를 잔혹하게 환기하면서, ‘내세라는 거짓’을 믿는 우리의 잘못된 믿음을 계몽한다.
이 책에 따르면 수만 년 동안 인류가 즐겨온 천국과 같은 종교적 사후세계는 죽음의 공포로 인한 인간의 강박이 빚어낸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5만 년 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약 1100억 명 가까운 사람들이 지구상에 태어났고, 죽어 사라진 약 1000억 명 이상의 사람 중에서 되돌아와 천국이 있음을 알려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기독교, 이슬람교 등에서 말하는 천국의 묘사는 자연지리와 인간 상상력을 짜깁기한 소망의 태피스트리일 뿐이다.
죽음을 무서워할 이유도 없다. “두 번 죽기는 싫어. 지루하거든.”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말했다. 유머가 넘쳤던 괴짜답다. 사람들이 두려운 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다. 잘 먹고 잘 살면서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삶을 아직 살아보지 못했는데 죽음이 다가오는 일이다. 사형수들의 최후진술은 공포가 아니라 사랑, 용서, 미안함 등이 우선이었다.
천국의 대체물인 유토피아는 어떨까. 살아가기 괴로운 이 세상 어딘가에, 즉 이 세상 바깥에 인간을 위한 완벽한 장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 오랜 신념도 백일몽에 불과하다. 유토피아를 실제로 현실에 건설하려는 시도는 모두 비극적 파멸로 이어졌다. 방해물만 제거하면 무한정 좋은 걸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람은 한없이 사악해져 무슨 짓이든 행한다. 십자군전쟁, 마녀사냥, 집단학살 등 역사는 무수한 사례로 이를 증언한다.
현대과학과 동양사상의 용어들을 적당히 버무려 영혼 불멸을 주장하는 디팩 초프라 등의 명상 신비주의는 사실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회피하는 심오한 헛소리에 속하고, 윤회전생이나 영매 등은 대부분 일종의 확증편향에 불과하다. 기만당할 이유가 없다. 과학의 힘을 이용해 불멸을 꿈꾸는 불사과학은 어떨까. 의료기술을 통한 인간 수명의 무한연장을 말하는 생명무한확장론과 트랜스휴머니즘, 정신을 일단 보전한 후 먼 미래의 기술적 부활을 주장하는 인체냉동보존론과 오메가포인트론 등도 허구나 마찬가지다. 인간 정체성의 물리적 실체인 뇌의 커넥톰을 완전히 보존하는 것도 어렵지만 뇌세포에 담긴 정보를 가상공간으로 옮기는 기술도 아직 없다. 설령 가능하더라도 그것이 나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불사 비즈니스의 희생자가 되지 말라는 이야기다.
‘천국의 발명’에 따르면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 중 두 가지는 확실하다. 현재로서는 인간 수명의 한계는 125세 정도다. 과학의 힘으로 혹여 이 한계를 넘어선다 하더라도 최대 15년 정도일 것이다.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메멘토 모리,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 하지만 저자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힌 채 앞날을 염려하며 공상을 거듭하기보다 좋은 삶의 추구라는 목표를 놓치지 않으면서 지금을 어떻게 잘 살아갈지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카르페 디엠,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그런데 인간은 언제 이 사실을 깨달았을까. 문명의 빛이 세상의 어둠을 밝혔던 첫 순간부터다. “길가메시여, 당신은 영원한 생명을 찾을 수 없어요. 신들은 인간을 만들면서 인간에게 필멸의 삶을 배정하고, 자신들은 불멸의 삶을 가져갔지요. 매일 축제를 벌여서 춤추고 노세요. 이것이 인간의 운명이에요. 영원한 생명은 인간의 몫이 아니죠.” 과학은 문학을 진릿값으로 삼을 때에만 진정한 빛을 낸다. 이 책은 ‘과학으로 쓴 시’라고 할 만하다. 훌륭한 책이다. 468쪽, 2만8000원.
장은수 이성과감성콘텐츠연구소 대표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