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우림은 곤충의 공격과 식물의 방어가 끊임없이 펼쳐지는 격전지다. 특히 나무 아래가 아닌, 나무 꼭대기가 가장 치열하다. 이 책의 저자는 열대 우림, 그중에서도 맨 꼭대기 층인 ‘숲우듬지’에 매혹된 여성 현장생물학자다. 숲우듬지는 접근이 어려워 수백 년 동안 과학적 연구의 손길이 닿지 못했을 뿐 아니라 최근까지도 남성 연구자의 세계였다. 숲우듬지 연구의 선구자로서 저자는 그곳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생명을 이어가는 온갖 동식물의 생태를 꼼꼼히 기록했다. 무더위로 인한 열사병, 목숨을 위협하는 각종 생물이 들끓는 그곳에서 저자는 등산용 장비를 걸치고 수십 미터 높이 나무에 직접 올라야 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 훨씬 힘들었던 것은 남성의 세계에서 전문직 여성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서, 일과 가정을 조화시키는 일이었다. 그녀는 “현장생물학이 가진 물리적 위험성은 정서적인 문제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책에는 정글 속에서 겪은 모험담은 물론 육아와 연구를 병행해야 했던 여성으로서의 고충을 담아냈다. 호주의 동부 열대우림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미국, 파나마, 아프리카, 벨리즈까지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336쪽, 1만58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