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골프도 아름다운 자연도 잠시 뒤로하고 지난날의 시간과 마주하며 그대 곁으로 다가간다. 2019년 작.   김영화 화백
즐거운 골프도 아름다운 자연도 잠시 뒤로하고 지난날의 시간과 마주하며 그대 곁으로 다가간다. 2019년 작. 김영화 화백
기다려도 오지 않던 눈이 갑자기 10㎝가량 내린 어느 날 오전, 서울 용산의 한 호텔을 찾았다. FJ의 2019년도 골프웨어 쇼케이스를 보기 위해서다. 행사 중 강렬하게 다가오는 스틸 컷이 하나 있었다. 프로골퍼 박결이 다른 프로들과 필드를 걸어오는 앞모습이 지나가고, 이들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살짝 돌아보는 박결의 뒷모습이었다. 최근엔 이런 뒷모습에 강렬함을 느낀 적이 없다.

작가 미셸 투르니에는 자신의 포토에세이집 ‘뒷모습’에서 “뒷모습은 진실이며 정직이다. 무의식의 표현이기 때문”이라고 정의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온 삶에 있어 가장 진한 순간들은 바로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일 것이다. 앞모습은 표정으로 진실을 가릴 수 있지만 뒷모습은 꾸밀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은 행사보다도 박결 프로의 ‘뒷모습’ 스틸 하나로 모든 것이 다 표현되는 것 같았다. 우리가 골프를 칠 때도 뒷모습만큼 완성된 모습을 보기 쉽지 않다. 피니시 모습을 보면 스윙의 완성을 알 수 있다. 그린을 향해 갈 때도 앞모습보다는 대부분 뒷모습을 보게 된다. 새로운 차가 나왔을 때도 우리의 시선과 결정적 선택은 앞이 아니라 뒷모습이다. 아마도 이 골프웨어의 작의도 앞보다는 뒤가 패션의 완성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린 골프장이 참 예쁘다고 말할 때 코스 앞모습만 본다. 하지만 코스디자이너 유창현 박사는 “진짜 코스의 아름다움은 그린으로 걸어가면서 뒤돌아보았을 때 더 아름답다”고 말한다.

왜일까. 우리의 뒷모습은 인위적인 연출이 불가능하기에 그렇다. 앞에 비치는 얼굴과 옷은 화장과 패션으로 감출 수 있다. 그렇기에 웃음 지으며 늘 괜찮다고 하시는 어머니의 뒷모습에서 우린 살아온 삶의 무게를 알아내곤 눈시울을 적신다.

내 진실을 알아주지 않을 때 인간은 뒤돌아선다. 죽음을 선택하는 그 순간에도 인간은 오랫동안 뒷모습을 보인다. 마지막 진실에 대한 무언의 항의인 것이다. 달과 화성 역시 인간은 그 뒷모습을 보기 원한다. 그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로켓을 쏘아 올리고 있다.

그렇다. 뒷모습이다. 골프웨어도, 골프장도 뒷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것처럼 골퍼의 완성도 바로 뒷모습이다. 얼마 전 미국 오하이오주에 사는 한 부부의 사진이 지구촌을 감동시킨 적이 있다. 남편은 한 손에 양동이를, 부인은 한 손에 걸레를 들고 손을 꼭 잡고 가는 뒷모습이었다. 이들은 거리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청소하고 걸어가는 아름다운 뒷모습이었다. 뒷모습은 정직이며 무의식의 표현임을 깨닫는 순간이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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