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 카드를 꺼낸 역대 두 번째 정부다. 첫 깃발은 노무현 정부가 들었다. 노무현 정부는 민주적 통제라는 명목으로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하고 경찰에 수사권 일부를 이양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고비처)도 그때 처음 거론됐다.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수사 종결권 부여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추진하는 현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검찰 내부에 감도는 위기감도 다르지 않다.

당시 분위기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대선자금수사가 시작되며 급변했다. 검찰은 2003∼2004년 최도술·안희정·여택수·강금원 씨 등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을 줄줄이 구속했다. 이후 대검 중수부 폐지론이 나오자 송광수 검찰총장은 “검찰의 힘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다. 중수부 수사가 지탄을 받는다면 저 먼저 목을 치겠다”며 초강경 발언으로 맞섰다. 바로 다음 날 노 대통령이 “국가 기강이 문란해지는 게 아닌가 우려할 만한 행위”라며 질타할 정도였다. 그때 여론은 검찰의 편이었다.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 성역없는 수사에 국민은 환호했다. 수사를 주도한 안대희 중수부장은 검찰의 아이콘이 됐다. ‘대검찰청 송광수·안대희 팬클럽’이 생겼다. 대검으로 떡과 도시락도 배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1년 노무현 재단 이사장 시절에 쓴 ‘문재인의 운명’에서 “(대선자금 수사 후)중수부 폐지론이 희석됐다. 우리가 중수부 폐지를 추진하면 대선자금수사에 대한 보복 같은 인상을 줄 소지가 컸다”고 회고했다. 사실상 패배 시인이었다.

현재 검찰의 위기 극복 방안이 여기에 있다. 성역없는 수사가 정답이다.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과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되자 청와대가 또다시 ‘개혁’ 운운하며 검찰을 압박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마침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칼끝은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검찰이 또 한 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이번 수사를 법대로 성역없이 처리하느냐에 달렸다.

임정환 사회부 기자 yom724@
임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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