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평 논설위원

애플이 안 보인다. 삼성전자가 20일 폴더블폰·5G폰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알린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애플 본사가 인접한 곳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해온 맞수가 제 본거지에 와 신기술로 도발하는 데도 별 반응이 없다. 종전 애플 자리는 중국 업체들이 꿰찼다. 화웨이가 24일 폴더블폰 모델을 선보인 데 이어 오포·샤오미·레노버가 줄줄이 출격 대기 중이다. 애플 폴더블폰은 내년에나 볼 수 있을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애플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익이 동반 하락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중국 탓’으로 돌렸다. 실제로 글로벌 아이폰 매출 감소분의 100%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했다. 미국의 통상압력과 ‘화웨이 제재’가 반(反)애플 정서를 부추긴 측면도 있다. 하지만 아이폰 위기의 본질은 ‘혁신 부재’다. 애플은 최근 몇 년 동안 이전에 없던 신기술보다는 타사 기술로 업그레이드하는 선에 그쳤다. 혁신이 빠진 애플 특유의 고가 전략은 설득력을 잃었다.

아이폰 경쟁력에 비상이 걸렸는데, 정작 쿡의 관심은 딴 데 가 있다. 최근 ‘시리’를 전담하던 빌 스테이서 부사장 등 아이폰 지휘부가 대거 퇴진했다. 대신 핵심 인재들을 신성장동력 부문으로 배치하고 있다. 지난해 ‘잡지계 넷플릭스’로 불리던 텍스처 인수에 이어 다음 달 25일 구독형 뉴스서비스를 공개한다. 주요 언론 기사를 월 10달러에 무제한 제공하는 사업이다. 넷플릭스를 본뜬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증강현실(AR), 헬스케어, 자율주행차 등에도 열심이다. 하드웨어 위주의 제조업체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업체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 4분기 아이폰 매출이 15% 감소했지만, 나머지 부문은 19%가 늘었다.

이런 변신에 전망은 갈린다. 세계에서 사용하는 아이폰은 13억 대, 유료서비스 이용자만 3억6000만 명이다. 독자 생태계를 꾸려온 애플의 최대 자산이다. 그러나 지금 애플이 모색하는 일들은 넷플릭스·아마존·구글 등 최강자들이 시장을 선점해 혁신 없이는 추월이 쉽지 않다. 과거 IBM은 자사 상징이던 PC를 과감히 버리고 IT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났지만, 아이폰을 뺀 애플은 더 상상하기 어렵다. 스마트폰 시장도 더는 아이폰 편이 아니다. 애플이 우물쭈물하다간 제2의 노키아·모토로라가 될 수 있다. 골드만삭스의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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