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도중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고 박왕자 씨의 영결식이 열린 2008년 7월 15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빈소에서 아들 방재정 씨가 침통한 표정으로 서 있다. 연합뉴스
故 박왕자씨·2008년 금강산서 피격 사망- 아들 방재정씨 인터뷰
“사건11년 지났지만 의문 여전 정부측 공식연락 2009년이 끝 조건없는 금강산 재개 발언 등 큰 물결에 진실 덮일까봐 우려 재발방지·사과 등 선행돼야”
“(총격 사건에 대한) 언급 없이 금강산 관광이 재개된다면 그 자체로 불신이 생길 것입니다. 핵심은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진상 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방재정(34) 씨는 지난 23일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문화일보 취재진과 만나 ‘총격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 없이 금강산 관광이 재개된다면 어떻겠는가’란 질문에 잠시 머뭇거린 후 담담하게 이같이 답했다.
방 씨는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 중 북한 초병에게 피격돼 숨진 고(故) 박왕자 씨의 외아들이다. 이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11년 가까이 흘렀지만, 사건을 둘러싼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올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조건 없는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언급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9일 “남북 간 경제협력이 시작된다면 가장 먼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금강산 관광”이라고 밝히는 등 재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방 씨는 정부로부터 양해나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공식적으로 연락해온 것은 2009년이 마지막이었다”며 “최근에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총격 사건에 대해) 남한 쪽에서는 사실관계를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곳으로 가는 길을 튼다는 얘기인데, 안전한 것인지부터 의문”이라며 “(금강산 관광이) 안전하다고 자신하려면 그때 일을 빼고 진행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 관광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아 금강산 관광은 대북 제재를 유지하면서도 북한에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우회로로 논의된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방 씨는 “재발 방지나 사과, 진상 규명이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지 무력감이 든다”며 “큰 물결에 휩쓸려 그대로 덮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씁쓸한 심경을 드러냈다. ‘금강산 등 북한 지역을 방문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방 씨는 “과정이 납득된다면 못 갈 것은 없다”면서도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납득할 만한 조치가 있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총격 사건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2008년 사건 당시 방 씨는 군에서 갓 전역한 대학생이었다. 그동안 직장을 얻고 결혼을 했다. 16개월 된 아들도 두고 있다. 방 씨는 “지금 지내는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어머니가 내 아이를 보셨다면 어떠셨을지, 취업했다는 말을 들으셨으면 어떠셨을지. ‘무척 좋아하셨을 텐데’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방 씨가 남북 대화와 교류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방 씨는 “대화를 통해 평화 분위기는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방 씨는 “가족들은 언론 인터뷰를 안 했으면 한다”면서 “가끔 나라도 해야 덜 잊힐 것 같고, 아직은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고마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가 정치적으로 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