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시행 1년’ 통계 분석

대부분 임종 직전에 결정돼
‘존엄한 죽음’보장 취지 퇴색


환자가 품위 있는 임종을 할 수 있도록 도입된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1년을 평가한 결과, 결정과정에서 여전히 환자 본인보다는 가족의 결정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임종에 임박해 연명의료 중단이 결정된다는 의미로, 사실상 무의미한 의학적 시술과 치료가 의료현장에서 흔하게 시행돼 ‘존엄한 죽음’을 보장하자는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4일부터 시행한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을 실제 이행한 사람은 만 1년 동안(2019년 2월 3일 기준) 3만6224명에 달했지만, 이 중 환자 본인의 결정에 따른 경우는 1만1697명(32.3%)에 그쳤다. 환자 가족 전원 합의에 의한 경우가 1만2998명으로 35.9%로 가장 많았고, 환자 가족 2인 이상 진술에 의한 경우가 1만1529명(31.8%)이었다. 즉 환자 본인의 결정이 아닌 가족의 결정이 67.7%에 달했다. 환자 본인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경우는 31.5%,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경우는 0.8%에 그쳤다.

연명의료를 결정한 기관도 고난도 수술이 많은 대형병원에 편중됐다. 의료기관별로 상급종합병원이 60.9%, 종합병원이 35.6% 등 큰 병원으로 집중됐다. 노인환자가 대부분인 요양병원에서의 결정은 0.4%에 그쳤다. 이는 대부분의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 임종 직전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환자 본인보다 가족의 결정이 많다는 점은 환자가 의식이 없이 혼수상태에 빠졌을 경우 가족과 의료진이 결정하는 형태가 빈번하다는 의미다. 또 요양병원이 아닌 대형병원에 몰려 있다는 점도 항암제 투여나 수술 등 의학적 처치를 임종 직전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시도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환자들이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제도의 본래 취지와 달리 임종 전까지 각종 의학적 처치 등으로 고통받다가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런 측면에서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이들이 바로 고통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임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호스피스·음악요법 등의 완화의료도 체계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대표적으로 해외 등에선 체계적으로 시행해 완화 효과를 거두고 있는 음악치료 등이 국내에선 자격이나 기준 없이 사용되고 있어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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