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가 죽고 폭력조직 내에 서열 다툼이 일자 조직 내 ‘줄서기’가 나타난다. 투항해온 ‘고문’급 간부들이 ‘콩고물’을 바라자 유력 보스 후보 이중구(박성웅 분)는 이렇게 말한다. “살려는 드릴게.”

2013년 개봉한 한국 영화 ‘신세계’의 대사 중 하나다. 철 지난 영화의 대사가 떠오른 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에서 “국회의원 등 선출직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발언을 듣고서다. 공수처의 정치적 편향성을 우려하는 야당의원들 탓에 법안 통과가 어려워지자 조 수석은 선심 쓰듯 이같이 말했다. 물론 조 수석의 발언은 부적절하다. 단순히 법안 통과가 목적이 아니라면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발언에 다름이 아니다. 공수처는 검찰이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 등 유력자들을 엄정하게 수사하지 않는다는 불신에서 출발했다. 검찰권 견제의 목적도 있다.

그런데 선출직이 수사대상에서 빠진다면? 공수처는 반쪽짜리 기구가 되고 검찰권 견제의 목적도 실현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검찰이 입법이나 예산, 국정감사권을 가진 국회의 눈치를 보는 상황도 변하지 않게 된다. 당장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국회의원 특혜처’라고 비판한 이유다. 지난 1월 공수처 법안이 포함된 검찰 개혁과 관련해서 “국민의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한 사람이 조 수석이다. 법을 제정하는 권한이 있는 국회에 본인이 법 제정자처럼 왈가왈부하는 모양새도 좋지 못하다. 더욱이 적폐청산의 칼자루가 시퍼런 와중에 야당 의원을 대상으로 한 이 같은 발언에서는 권력을 쥔 쪽의 오만함도 엿보인다. 특히 조 수석은 “3·1 운동은 100년 전 촛불 혁명”이라며 “3·1 운동의 정신은 지금도 살아있고 이 정신을 훼손하는 세력은 심판을 받았다”고도 말했다. 적폐청산을 친일청산과 동일시해 자신들 행보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3·1 운동에 진영논리를 끌어들이지 마라’(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는 지적에는 뭐라고 답할까 궁금하다.

임정환 사회부 기자 yom724@
임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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