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열차로 중국을 종단하면서 벌써 ‘현란한 이벤트’의 막이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이번 회담은 당초 27∼28일로 예고됐으나, 실제로는 28일 하루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의 담판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지금까지 실무 협상과 양측 입장을 종합하면 북핵 폐기를 위한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긴 힘들다. 오히려 비본질적 문제들을 합의로 포장하고, 정작 본질적 사안들은 도외시되거나 미봉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렇게 해 놓고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통해 남북 경협 등 ‘대북 (對北) 제재’의 뒷문을 열게 되면 대한민국에는 최악의 안보 재앙이 닥친다. 이번 회담에서 그런 잘못된 거래가 없도록 문재인 정부는 물론 온 국민이 나서서 감시하고 막아내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트위터 메시지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기가 없다면 그의 나라가 경제 강국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비핵화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 지난 22일 류허 중국 부총리와 면담한 뒤엔 기자들에게 “테이블에 주한미군 감축은 없다”고도 했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회담 때처럼 느닷없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어디로 튈지 모른다. 김 위원장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더 예측불허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이 실패하면 북핵 문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3차 회담 뜻도 밝혔지만, 이미 차기 대선 정국이 시작된 데다 민주당 주도의 의회가 본격 가동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순위도 국내 정치로 바뀌고, 트럼프 대통령 뜻대로 되지도 않을 것이다. 문 정부는 이번 회담의 외양보다 북핵 폐기의 실질적 진전 여부에 집중해야 한다. 영변 핵시설 폐쇄와 국제적 참관 등 비본질적 양보를 받는 대신, 제재 완화와 한·미 동맹 약화라는 본질적 문제를 양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앤드루 김 전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 센터장이 지난 22일 밝힌 것처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가시권에 들어올 때까지 대북 제재에 작은 구멍이라도 만들어선 결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