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일본의 3각 협력은 당면한 북핵 해결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중국 패권 견제에 매우 긴요하다. 특히, 일본보다는 한국에 훨씬 더 필수 불가결한 안보 장치이다. 중국과 북한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끊임없이 한·미·일 안보 공조를 허물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 것도 이 때문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따라서 지난 23일 중국 군용기가 동해의 독도와 울릉도 사이를 휘저었고, 24일로 예정됐던 한·미·일 안보협의가 무산된 일이 거의 동시에 발생한 것은 상징적이다. 한·미 및 한·일 관계가 흔들리면 중국은 언제든 한국을 대놓고 무시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중국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시의 강도를 높여왔고, 최근 더욱 노골화했다. 그래도 한국 영토인 독도 안쪽으로 군용기를 보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남해 쪽에서 KADIZ를 침범한 뒤 울릉도-독도 북단까지 5시간 가까이 비행하고 빠져나갔다. KADIZ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을 침범하며 공·해(空海) 합동훈련도 했다. 한국 안보태세를 능멸하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전투기 10여 대가 추적·감시 비행하고, 주한 중국대사관의 국방무관과 공사참사관을 초치해 재발 방지를 촉구했을 뿐이다. 중국의 KADIZ 무단 진입 횟수는 2016년 50여 차례에서 2017년 80여 차례, 작년엔 140여 차례로 급증했다. 이대로 두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 보듯 뻔하다.
한·미·일 안보 협력이 확고하면 중국이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나오진 못한다.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례성 차원의 대책은 물론 다른 응징 옵션도 많다. 그런데 한·미 군사훈련은 중단·축소되고, 한·일 관계는 우방이 아니라 ‘적국’ 수준이다. 오는 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부산 인근 해역에서 진행될 국제해양안보훈련에 일본 참가 여부를 놓고도 황당한 논란이 벌어졌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24일 부산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보장국장과 3자 회담을 가지려 했으나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의 불쾌감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확고한 동맹 없이는 생존을 보장 받을 수 없다는 게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숙명이자 뼈저린 역사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