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캔들’의 거짓과 진실을 가려줄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 보고서가 이르면 2월 말이나 3월 초에 나올 것으로 보여 워싱턴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6월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나오고 있는 뮬러 특별검사.  AP 연합뉴스
‘러시아 스캔들’의 거짓과 진실을 가려줄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 보고서가 이르면 2월 말이나 3월 초에 나올 것으로 보여 워싱턴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6월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나오고 있는 뮬러 특별검사. AP 연합뉴스

- 뮬러특검 수사보고서 제출 임박

뮬러특검, 21개월에 걸쳐 수사
대통령 측근 6명 등 34명 기소
코언·플린 등 ‘플리바겐’ 선택

트럼프 연일 “마녀사냥” 공세
공화당원 “수사 신뢰” 25%불과

보고서 대중 공개 여부도 논란
수사지휘하는 법무장관에 달려
트럼프측 “변호인 수정 거쳐야”

트럼프-러 연루 의혹 ‘X파일’
민주당의 조작 가능성도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미·북 정상회담, 중국과의 무역협상 방향 등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 중에서 또 하나 시선을 끈 것은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이 이르면 이번 주 제출할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스캔들(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 수사 보고서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모는 없었다. 방해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며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와의 공모 여부는 물론 뮬러 특검 수사 방해 의혹을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내가 대선에서 이긴 것은 힐러리 클린턴보다 더 나은 후보였기 때문이지, 러시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모두가 그것(러시아와의 공모 의혹)이 거짓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뮬러 특검 보고서 내용에 따라 탄핵까지 몰아붙일 기세를 보이자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거짓이라고 규정하며 사전 방어막을 강하게 친 셈이다.



27일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을 거머쥐고 있는 뮬러 특검 보고서는 이르면 이번 주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제출된다. 로이터통신이 미 법무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번 주에 뮬러 특검 보고서가 제출된다는 보도는 잘못됐다”고 전했지만, 뮬러 특검팀 동향을 보면 보고서 제출이 임박한 것은 사실이다. 뮬러 특검팀에 파견 나와 있는 연방 검사들이 최근 파견 전 상관들을 만나 원대 복귀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뮬러 특검팀에 파견 나온 검사들은 한때 17명이었지만 21개월이 지난 지금은 12명으로 줄었다. 이처럼 특검이 해체를 앞두고 있다는 것은 보고서 제출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보고서 제출이 임박하면서 워싱턴 정가의 눈은 뮬러 특검이 담을 보고서의 내용으로 쏠리고 있다.


◇21개월 동안 이어졌던 뮬러 특검 수사 내용과 결과물=뮬러 특검은 지난 2017년 5월 수사를 시작한 뒤 약 21개월 동안 △러시아 정부의 미국 선거 개입 △트럼프 대선캠프와 러시아 정부 간 공모 △트럼프타워 모스크바 건설 프로젝트 △사법 방해 등을 수사해왔다. 미 정보당국은 2016년 대선 당시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1만9000여 건의 클린턴 대선캠프 내부 이메일을 러시아군 총정보국 등이 해킹한 것이라고 결론지은 상태다. 뮬러 특검 수사의 핵심은 당시 이메일 공개에 트럼프 대선캠프와 러시아 정부 간 공모가 있었는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방해했는지 두 가지다. 뮬러 특검은 그동안 총 34명을 기소했다. 이 가운데 러시아 정보요원 25명이 포함돼 있다.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 등 러시아 기관 3곳도 미 선거 개입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뮬러 특검에 의해 기소된 트럼프 대통령 측 인사는 6명이다. 이들 중 4명이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특검 수사에 협조하는 플리바겐(양형거래)을 선택해 트럼프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해결사를 자처했던 마이클 코언은 의회 위증과 탈세,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 등에 유죄를 인정하고 뮬러 특검에 협조하고 있다. 코언은 의회에서 러시아 모스크바 트럼프타워 건설 계획이 2016년 1월 중단됐다고 증언했지만 실제로는 그해 6월까지 지속됐음을 인정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불륜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에게 돈을 지불하면서 선거자금을 유용한 혐의를 인정했다. 최대 65년형이 예상됐던 코언은 뮬러 특검 협조가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권력 이양이 진행되던 2016년 12월 29일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대사와 나눈 대화 내용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가 임명 24일 만에 낙마한 뒤 역시 유죄를 인정하고 뮬러 특검 수사에 협조 중이다. 플린 전 보좌관은 연방수사국(FBI) 수사 당시 키슬랴크 대사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러 제재를 해제하는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플린 전 보좌관에 대한 선고는 뮬러 특검 협조를 이유로 연기된 상태다.

트럼프 대선캠프에서 해외정책보좌관을 맡았던 조지 파파도풀로스는 대선 선거운동 당시 런던에서 러시아 정부 인사들과 만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이메일 정보를 논의해 트럼프 대선캠프와 러시아 정부 간 공모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파파도풀로스는 FBI 수사 때 관련 사실을 부인해 위증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유죄를 인정하고 뮬러 특검에 협조해 14일 구류형을 선고받았다. 파파도풀로스는 2018년 12월 석방됐다. 릭 게이츠 전 대선 부본부장은 폴 매너포트 전 대선 본부장과 함께 친러파 우크라이나 정치인 컨설팅 자금 은닉과 FBI 수사 당시 위증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게이츠 전 부본부장은 2018년 2월 금융사기와 위증 등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뮬러 특검 수사를 돕고 있다. 그는 최대 징역 6년형이 예상됐던 형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 중에서 뮬러 특검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이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식 참모인 로저 스톤은 대선 당시 위키리크스 측과 해킹된 민주당 이메일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은 사실에 대해 의회에서 위증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스톤은 당시 청문회에서 위키리크스와의 접촉을 부인하고 또 다른 증인에게 거짓증언을 강요해 뮬러 특검으로부터 공무집행방해와 위증, 증인위협 등 7개 혐의로 기소됐다. 스톤은 지난 1월 25일 체포 직후 보석금 25만 달러를 내고 풀려난 뒤 “유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가 되는 증언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플리바겐도 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 인사 중 뮬러 특검에 의해 첫 번째로 기소됐던 매너포트 전 대선 본부장은 로비스트 활동 시기와 본부장 시절 친러파 우크라이나 정치인 컨설팅 자금 은닉과 은행 대출 서류 허위 작성 등 8개 혐의에 대해 2018년 9월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매너포트 전 대선 본부장은 이후 특검 수사에서 위증하면서 플리바겐이 무효가 됐다.


◇뮬러 특검 보고서가 몰고 올 정치적 후폭풍=뮬러 특검이 규정에 따라 수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기밀사항으로 분류해 특검 수사를 지휘하는 바 장관에게 보내면 바 장관은 요약본을 의회에 제출하게 된다. 바 장관은 뮬러 특검 보고서의 일반 대중 공개 여부도 결정한다. 베트남 참전용사이자 FBI 국장을 지낸 뮬러 특검은 그동안 수사 내용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아 보고서에 어떠한 내용이 담길지 미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내 여론은 뮬러 특검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 정부와 공모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탄핵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최근 WP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1%가 공모가 사실일 경우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 측 인사 6명을 기소하기는 했지만, 이들 중 수사 핵심인 러시아 정부와 트럼프 대선캠프 간 공모 혐의로 기소된 이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 사법 방해 관련 혐의도 밝혀진 것이 없다. 폭스뉴스는 “러시아는 2014년부터 해킹을 해왔고, FBI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에 서버 해킹 경고를 한 시점이 2015년 11월이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레이스에 들어가기 한참 전”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러한 점을 파고들며 뮬러 특검 수사를 마녀사냥으로 부르며 연일 공세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트위터에 “존경하는 리처드 버 상원 정보위원장이 200명 이상의 증인 조사와 200만 페이지 이상의 자료 검토에도 ‘트럼프 선거조직과 러시아 사이의 어떤 공모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며 “마녀사냥은 우리나라를 위해 매우 나쁜 것이며 반드시 종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뮬러 특검이 공화당원임에도 특검 출범 때부터 특검팀을 겨냥해 ‘민주당 추종자들’ ‘마녀사냥’이라는 말로 공격해왔는데 이러한 전략은 공화당원들에게 먹혀들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538)에 따르면 뮬러 특검 초기 50%에 가까웠던 공화당원의 수사 신뢰도는 최근 절반 정도인 25% 수준으로 떨어졌다.

트럼프 대선캠프와 러시아 정부 간 연루 의혹 수사의 시발점이었던 ‘트럼프 X파일’이 힐러리 클린턴 대선 캠프와 민주당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거짓문건이라는 증언이 나온 것도 변수다. 트럼프 X파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3년 러시아 모스크바 호텔에서 매춘부들과 외설적인 파티를 벌인 동영상을 러시아 당국이 입수했다는 내용의 문서다. 지난달 25일 폭스뉴스 등은 이 문서와 관련된 브루스 오 전 미 법무부 차관보가 지난해 8월 하원 비공개 청문회에서 “트럼프 X파일의 배후에 클린턴 대선캠프가 있었다”며 “FBI에 검증 필요성을 이야기했지만, FBI가 무시하고 X파일을 트럼프 대선캠프 도청의 근거로 삼았다”는 증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뮬러 특검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정부와의 공모 의혹이나 사법 방해 혐의를 벗더라도 대선 전후 러시아 정부와 밀착 관계를 맺어왔던 사실이 드러날 경우 정치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측은 보고서 공개는 바 장관의 결정 사항이라며 방어막을 치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을 이끄는 루디 줄리아니는 “대통령의 변호인이 보고서를 수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특검의 일방적인 주장이 실린 보고서가 공개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바 장관에게 보고서를 전면 공개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제리 내들러(민주·뉴욕) 하원 법사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은 23일 바 장관에게 “뮬러 특검이 보고서를 제출하면 지체 없이, 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최대한 범위로 일반에 공개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또 “뮬러 특검 보고서 공개를 늦추거나 의회 제출 시 일부 내용을 생략할 경우 자세한 이유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뮬러 특검이 보고서를 제출하고 해체된다고 해서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한 수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뮬러 특검팀에 파견 나왔던 연방 검사들은 본래 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자신이 맡았던 수사를 계속하게 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 취임준비위 기금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뉴욕 연방검찰 등 다른 사법당국에도 뮬러 특검 수사 결과 중 관련된 부분이 이관된다.

뮬러 특검 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미국 정치권의 공방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27일부터 김 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에 들어간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 직후 2차 정상회담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함께 뮬러 특검 보고서라는 또 하나의 정치적 폭탄을 안게 될 전망이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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