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아귀(餓鬼)는 복어·물메기와 함께 바다의 ‘못난이 삼총사’로 꼽힌다. 입과 배만 크고 살이 없어 과거에 어부는 아귀가 그물에 걸리면 재수 없다고 여겼다. 보통은 다시 물에 내던졌다. 이때 아귀가 물에 떨어지면서 ‘텀벙’ 하고 소리가 난다고 해 ‘물텀벙’이라고 불렀다. 지금도 물텀벙은 아귀와 물메기 등 못생긴 생선의 별명이다.

한국인이 아귀를 먹기 시작한 것은 해물이 귀해진 1960년대 이후다. 처음엔 부둣가 노동자의 술안주용 탕에 주로 사용했다. 아귀는 바다 바닥에서 주로 활동한다. 날카로운 이빨로 먹이를 한번 물면 절대로 놓아주는 법이 없다. 헤엄이 ‘서툰’ 아귀는 먹잇감인 생선을 쫓아서 잡을 능력이 없다. 먹이를 사냥할 때는 머리 앞쪽에 있는 가느다란 안테나 모양의 촉수(유인돌기)를 이용한다. ‘아귀의 낚싯대’로 통하는 촉수를 좌우로 흔들어 먹잇감을 교란한 뒤 고기가 접근하면 순간적으로 큰 입을 벌려서 통째로 삼킨다. 아귀의 배 속에 통째로 삼켜진 고급 생선이 들어 있기도 해 일거양득이란 뜻인 ‘아귀 먹고 가자미 먹고’란 말이 생겼다. 한국·일본·중국·대만·필리핀·멕시코 등 태평양 연해에서 주로 서식한다. 몸길이는 60㎝ 정도이고 1m까지 자란다. 몸과 머리가 납작하고, 몸 전체의 3분의 2가 머리 부분이고, 입이 매우 크다는 것이 외형상 특징이다. 영문명이 ‘angler fish’(낚시꾼 생선이란 뜻)인 것은 아귀가 미끼(촉수)를 써서 먹잇감을 낚시질하기 때문이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아귀를 조사어(釣絲魚)라 불렀다. ‘낚시하는 생선’이란 의미다. 아귀는 먹성이 좋다.

아귀란 명칭도 먹성·생김새에서 유래했다. 입이 크고 흉측한 얼굴 때문에 아귀란 이름이 붙었다. 아구라고도 한다. 아귀는 불교 경전에서 굶주림과 목마름의 형벌을 받는 귀신의 이름이다. 많이 먹고도 일은 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켜 “먹기는 아귀같이 먹고 일은 장승같이 한다”고 표현한다. 음식을 욕심껏 입안에 넣고 마구 씹어 먹는 사람에겐 “아귀아귀 먹는다”고 말한다. 아귀의 한자명은 안강어(鮟鱇魚)다. 한자 안(鮟)과 강(鱇)은 모두 아귀를 가리킨다. 서해처럼 조류가 강해 물살이 센 해역에서 아귀처럼 입을 벌린 뒤 생선을 잡는 어구를 안강망(鮟鱇網)이라 한다. 아귀는 비늘이 없고 살이 물컹물컹하다. 흉측한 외양과는 달리 맛은 기막히다.

제철은 엄동설한인 1∼2월이다. 살·아가미·간·난소·꼬리지느러미 등 아귀의 모든 부위를 먹을 수 있다. 아귀찜·아귀탕·아귀전골 등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 쓰인다. 특히 무·파·미나리·쑥갓·애호박 등 채소와 함께 끓이는 아귀탕은 식도락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아귀탕을 서울·경기에선 물텀벙이탕, 경남에선 아구탕·물꽁탕이라 한다. 마산 아귀찜·부산 아귀찜 등 찜 요리의 재료로도 널리 쓰인다. 마산 아귀찜엔 콩나물·미나리 등 채소가 많이 들어간다.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려 꾸덕꾸덕한 상태의 아귀를 사용하는 것이 마산 아귀찜이다. 생아귀에 해물·콩나물을 넣고 고춧가루로 양념해 찐 음식이 부산 아귀찜이다. 마산 아귀찜이 건(乾) 아귀찜이라면 부산 아귀찜은 생(生) 아귀찜이다.

생아귀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흐르는 물에 씻은 뒤 물엿 6숟갈을 넣고 5분간 재워두면 물엿의 삼투압 작용으로 살이 탱글탱글한 아귀찜 등 아귀요리를 먹을 수 있다. 아귀 수육엔 옅은 주황색의 간이 들어 있다. 아귀 간 음식을 일본에선 ‘안키모’라고 하는데 ‘바다의 푸아그라’로 통한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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