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고는 한식의 필수 식재료다. 한식조리기능사 시험 종목 50가지 가운데 표고가 재료로 들어가는 요리만 10가지가 넘는다.    김선규 기자 ufokim@
표고는 한식의 필수 식재료다. 한식조리기능사 시험 종목 50가지 가운데 표고가 재료로 들어가는 요리만 10가지가 넘는다. 김선규 기자 ufokim@
자연을 품은 듯 은은한 향기
다시마·멸치와 육수 삼총사
잡채·떡국·전골 등 두루 쓰여
한식 고명·구절판에도 유용
곱게 갈아 천연 조미료로도

갓 피지않고 살 두꺼운것 좋아
건표고 장기 보관 땐 냉동실에
흰색꽃 핀것 같은 백화고 최상


표고는 분류학상 식물이 아닌 미생물에 속한다. 담자균류로 분류되는데 우리 눈에 띄는 식용부위가 번식기관에 해당한다. 표고는 환경과 기후 조건이 잘 맞아야 자라기 때문에 옛 기록에도 유명한 주산지가 따로 있었다. 지금은 충남에서 전국 생산량의 30%에 가까운 생 표고가 생산된다. 건 표고는 전국 생산량의 34%가 전남에서 나오는데 대부분이 장흥 지역에서 생산된다. 전국 건 표고 4개 가운데 1개가 전남 장흥산일 정도로 많다.

버섯도 농작물처럼 여러 품종이 있다. 원목재배인지 톱밥재배인지 재배 방식에 따라 표고 품종이 다르다. 품종 차이가 있다 보니 향기에 관한 특성이 발달한 것, 성장특성이 좋은 품종 등 장점도 차이가 있다. 생육 온도에 따라 저온성, 중온성, 고온성 품종 등으로 구별되기도 한다. 원목재배에서 저온성 품종은 건 표고용으로 많이 쓴다. 산림조합을 뜻하는 약자를 쓴 산조701호 품종은 1990년대 후반에 개발되었는데 톱밥배지에 적합한 스테디셀러 품종이다. 표고버섯 가운데 식감이 좋은 추재2호라는 품종은 국내 재배에 성공해 브랜드를 붙인 상품이다. 특허청에 송고, 송화, 고송, 미송버섯 등의 상표명으로 등록되어 소비자에게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건 표고 품질을 이야기할 때 화고, 동고, 향고, 향신 같은 용어가 나온다. 품종이 다른 것이 아니라 갓의 형태에 따라 구분하는 기준이다. 건조한 시기에 수확하는 버섯은 단단해진다. 화고 가운데 백화고는 재배 과정에서 날씨와 재배조건이 잘 맞아야 생산된다. 표면이 거북이 등 같이 갈라지고 색깔도 흰색으로 꽃이 핀 것처럼 보이는데 느리게 자라 조직이 치밀하고 향이 좋아 최상품으로 여겨진다. 이른 봄에 수확하는 최고 품질의 백화고는 욕심 없이 기다려준 생산자에게 하늘이 내려주는 선물이라고 불릴 만큼 생산량도 적기 때문에 잘 말려 추석 선물용으로 판다. 같은 모양인데 갈색으로 변한 것은 흑화고라고 불린다.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면 가격이 높아지고 수분을 많이 머금어 색깔이 진해지면 가격이 낮아진다. 갓이 완전히 벌어지면 하품이고 덜 펴져서 갓 둘레가 아직 오므라져 있고 두툼한 것이 상품이다. 동고는 갓이 50% 이하로 퍼져 있는 것으로 시중에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버섯이다. 향신은 수확기를 지나버린 것인데 빨리 자라서 갓이 많이 벌어진 상태이다. 여름철에는 이런 상품이 많이 나오는데 갓이 벌어지면 조직도 얇아져 좋지 않다. 동고와 향신의 중간이 향고이다.

시장에 가면 어떤 표고버섯을 고를지 망설여진다. 농협유통 농산팀 윤경권 대표는 생 표고 고르는 방법으로 갓이 피지 않고 살이 두껍고 많으며 탄력이 있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건 표고는 통풍이 잘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되지만 여름철에 흡습해 변질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장기보관을 위해서는 냉동 보관하는 것도 좋다. 냉동해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생 표고는 물기가 많으면 상할 수 있기 때문에 키친타월로 잘 싸서 냉장고에 보관한다.

현대인들은 야외에서 활동할 시간이 부족한데 대기오염으로 인해 햇빛에 노출될 일은 점점 더 줄고 있다. 엽록체가 없어 광합성을 할 수 없는 공통점을 가진 버섯과 사람은 햇빛을 받으면 비타민 D를 합성하여 자외선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방법을 발달시켰다. 비타민 D는 혈액 중의 칼슘 농도를 조절하고 뼈의 형성을 돕는다.

말리고 불리는 과정에서 감칠맛도 증가한다. 일본 연구자에 의해 표고버섯 우린 물에서 감칠맛 성분 가운데 하나인 구아닐산이 발견되었고, 글루탐산과 섞이면 두 개가 더해진 맛보다 감칠맛이 훨씬 더 높아지는 상승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사실은 핵산계 조미료 개발의 계기가 되었고 한편으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음식의 조합이나 육수의 비밀이 과학적으로 밝혀지는 계기가 되었다. 오랜 경험을 통해 전해져 내려왔던 다시마, 멸치, 표고 등 육수 재료 삼총사 조합에는 감칠맛의 상승작용이란 비밀이 담겨 있었다.

표고는 한국요리에 빠질 수 없는 필수재료다. 육수로 감칠맛을 더하는 재료인 만큼 어떤 요리에나 풍미를 더해주고 음식 맛을 한 단계 더 높여준다. 한식조리기능사 시험 종목 50가지 가운데 표고가 재료로 들어가는 요리가 10가지가 넘을 정도로 표고는 한식에서 중요하다. 국물 맛을 내는 데도 쓰고 잡채, 떡국, 전골, 찌개 등에 두루 쓰인다. 여러 가지 볶음 요리뿐만 아니라 불고기나 된장찌개에도 표고버섯은 빠지지 않는다. 다른 재료와 모양이나 색이 잘 어울려 한식에 고명으로 예쁘게 쓸 수 있는 재료다. 구절판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호박선과 오이선을 화려하게 빛내는 고명으로 활약한다. 식욕도 높이고 품격도 높인다. 갈비찜에 들어가는 표고는 멋과 맛을 한꺼번에 선물해 준다.

건 표고는 건 표고대로 생 표고는 생 표고대로 서로 다른 맛과 식감을 느끼게 해주는 팔방미인 같은 식재료다. 생 표고에서는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향기가 난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이 있다. 건 표고는 찬물에 불리면 버섯 특유의 숲 속 향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쫄깃한 식감에 감칠맛도 좋다. 요리사들의 비법소스인 조림용 간장이나 맛 간장을 만들 때도 쓴다.

표고는 동양적인 맛과 향기를 지녔다. 그래서 더 친근하고 익숙하다. 자연을 닮아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맛과 쫄깃한 식감을 지니고 있다. 표고의 맛은 세월이 알아주는 맛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알게 되는 맛이다. 다른 음식의 맛을 해치지 않으며 다른 재료에서 느껴지는 감칠맛과는 다르게 신선하고 맛깔난 육수를 만들 수 있다. 1년 내내 어디서나 구할 수 있어도 귀하게 느껴지고 고급스러운 식재료다.

표고는 친숙하고 편리한 만능 식재료다. 냉장고에 있는 표고버섯과 피망만으로도 맛있는 볶음요리를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다. 간단하게 떡국을 끓여 먹을 때 육수 재료가 되고 고명이 되어 깔끔하고 맛있는 떡국이 완성된다. 떡국에 들어간 표고는 화려하지 않지만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을 나타낸다. 고기를 넣지 않고 끓이는 사찰떡국에서는 더 그렇다. 산사에서는 스님들의 건강을 지켜준 버섯이다.

표고는 버릴 것 없는 알뜰한 식재료다. 아랫부분만 살짝 잘라내고 나머지 기둥 부분은 찌개에 넣거나 전을 부칠 때 함께 넣어도 좋다. 고기를 굽거나 볶아 먹을 때 곁들여도 맛있는데 굵게 찢어 채소와 함께 볶으면 닭 가슴살 같은 식감을 느끼며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찬물에 건 표고를 우려낸 물은 하나도 버리지 않고 육수로 활용한다. 못난이 표고는 곱게 갈아 천연조미료로 활용한다. 두루두루 활용할 수 있는 건강한 감칠맛이다.

표고는 쫄깃한 식감과 진한 향기가 있어 나무에서 나는 고기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고기를 넣지 않고도 불고기 느낌을 낼 수 있다. 고기 씹는 느낌이 나서 아이들에게 고기라고 해도 믿고 먹는 버섯이다. 건 표고를 프라이팬에 살짝 볶거나 그대로 넣고 끓여 차로 마셔도 된다. 로스팅 정도나 숙성 기간에 따라 여러 가지 향을 느낄 수 있는 커피나 와인처럼 표고버섯에서도 여러 가지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신구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

관련기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