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멋쟁이다”라는 말에 “나는 코디네이터도 따로 두지 않고 내 옷을 내가 찾아 입는다”는 ‘천생 멋쟁이’인 오승근에게서는 좀처럼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참 멋쟁이다”라는 말에 “나는 코디네이터도 따로 두지 않고 내 옷을 내가 찾아 입는다”는 ‘천생 멋쟁이’인 오승근에게서는 좀처럼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아내인 고 김자옥(사진 왼쪽)의 생전에 함께 방송에 출연한 오승근.  SBS 캡처
아내인 고 김자옥(사진 왼쪽)의 생전에 함께 방송에 출연한 오승근. SBS 캡처
가수 인생 50년 오승근

아이들도 “내 나이가…” 흥얼
또 다른 전성기 가져다준 곡
예순넘어 노래하니 아직 청춘

신곡 ‘당신꽃’ 유튜브서 돌풍
‘꽃처럼 웃는 당신 얼굴’ 가사
세상떠난 아내 김자옥 생각나
녹음하다 울컥… 수차례 불러

평생 노래부른 삶, 후회 없어
목소리 잘 나와 감사할 따름
행복한 기운 널리 퍼뜨릴 것


“50년 노래를 부르면서 신문사에 들어와 인터뷰하기는 처음이네요.”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아 지난 25일 문화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가진 가수 오승근(68)은 신기한 듯 이곳저곳을 휘휘 둘러봤다. 오가며 그를 본 직원들은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고 한마디씩 건넸다. 딱 떨어지는 청바지 차림에 하얀색 머플러를 잘 얹은 고명처럼 예쁘게 감은 그는 “코디(네이터)도 따로 없다, 내 옷이다”며 껄껄 웃었다. 가수의 인생은 자신의 노래 따라간다고 했던가. ‘내 나이가 어때서’를 줄기차게 부르며 또 한 차례 전성기를 맞았던 그는 세월의 화살조차 비껴간 듯했다. 올해 세 살 됐다는 손자 얘기에는 “너무너무 예뻐”라며 만면에 미소를 띠더니 평생을 불러온 노래 얘기에는 “가수는 천직”이라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그동안 살아온 삶을 짚는 오승근. “여전히 청춘”이라고 외치는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봤다.

―어느덧 노래 인생 50년이다. 반백 년간 한길을 걸어온 비결은 무엇인가.

“데뷔는 1968년에 했는데 중간에 사업한다고 좀 쉰 시간도 있어요.(웃음) 형님이 아버지보다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 사업을 맡아야 했었죠. 그 전에는 주로 포크송이나 팝, 발라드를 부르다가 다시 나올 때는 트로트로 전향했어요. 다시 무대에 오를 때, 백스테이지에서는 떨었는데 막상 무대에 서서 많은 사람을 보니 하나도 안 떨리더군요. 마치 안방에 앉은 기분이었죠. 그제야 ‘내가 노래를 해야 하는데 쓸데없는 짓을 했구나’ 싶었어요. 가수가 천직인 거죠.”

―외모가 도통 변하지 않는다. 자기 관리 비법을 알려달라.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체중을 유지하고 있어요. 그냥 깨끗이 씻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려고 해요. 운동요? 너무 심한 운동은 해롭다고 해서 스트레칭을 많이 해요. 집에 철봉이 있는데 5분간 매달려서 까치발로 서 있으면 몸 전체가 늘어나면서 아주 좋아요.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니까 허리 디스크도 없죠. 술, 담배는 안 해요. 술은 체질적으로 안 받고, 담배는 애 엄마(고 김자옥) 가고 끊었죠. 요즘은 다들 안 피우니까요. 일부러 밖으로 나가고 흡연실 찾아가려면 불편해요.”

―‘내 나이가 어때서’는 노래 제목처럼 오승근에게 인기, 건강을 모두 되찾아 준 곡 아닌가.

“맞아요. 다섯 살 아이도 ‘야이야아야~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구절은 알더군요. 나이 드신 분들은 많은 나이가 어떻냐고 부르고, 어린아이들은 적은 나이가 대수냐고 노래를 부르죠. 처음에는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시니어들을 정년 퇴임시키는 세상에 대한 일침이었는데, 이제는 세상 사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유행어가 돼버린 거죠. 제가 이 노래를 부르고 다녀서 그런지, 정작 저한테 ‘몇 살이냐’고 묻는 사람이 없어요, 허허.”

―신곡 ‘주인공은 나야 나’도 ‘내 나이가 어때서’의 연장선상에 있는 곡 같다.

“원래 제목은 ‘내 인생은 내꺼’였는데 가사를 들어본 후 ‘주인공은 나야 나’로 바꾸자고 제안했죠. ‘울어도 봤소 / 웃어도 봤소 / 산전수전 다 겪어봤소 / 이왕 남은 내 인생 꽃길이면 좋겠소’라는 가사도 딱 마음에 와 닿았어요.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것을 깨닫고 이를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멋진 삶이 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곡이에요. 새 노래를 받으면 제 입에 맞게 가사를 검토하고 수정하죠. 우리말에는 받침이 많은데 가사를 쓸 때는 받침을 없애는 편이에요.”

―유튜브에서 신곡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발표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유튜브를 통해 접했다는 분이 많아요. 예전과 비교하면 홍보 방법도 많이 달라진 거죠. 저도 유튜브에 자주 들어가서 요즘 어떤 노래가 유행하는지 찾아보곤 해요. 겨울철인 1∼2월과 개학·입학 시기인 3월에는 행사가 별로 없어요. 봄이 오고 4월부터는 대중과 직접 만나는 행사가 많아지니까 신곡에 대한 반응을 느껴볼 수 있을 겁니다.”

―또 다른 신곡인 ‘당신꽃’의 유튜브 조회수는 벌써 50만 건이 넘었다. 이 노래에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향한 마음을 담았다고 하던데.

“에이~ 했는데 정말 조회수가 50만 건이 넘은 것을 보고 아주 놀랐어요. 일부러 아내를 위해 만든 곡은 아니었죠. 처음 이 노래를 받고는 저 역시 ‘이건 내 노래인데’ 싶었어요. ‘눈을 감으면 더욱 또렷해지는 당신 / 꽃처럼 웃는 당신의 얼굴 / 아주 멀리서 바람이 불어 가슴이 시리다 /가는 곳마다 당신이 아른거려’라는 가사 때문에 많은 분도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요. 저 역시 녹음을 하다가 울먹이는 바람에 3∼4번 정도 다시 불렀어요. 보통 남녀가 사귀고 헤어짐을 반복하다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데, 이 곡은 사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에 더 먹먹한 것 같아요. 특히 ‘그리움을 잊으려 난 노래하네’라는 대목이 마음에 와 닿아요. 그걸 들은 누군가가 저와 아내의 사진으로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린 것이 많은 관심을 받은 거죠.”

―아내가 떠난 후 지난 5년간의 생활은 어땠나.

“아내가 세상을 떠나기 전 8년 동안 아내의 병간호를 했어요. 함께하지 않으면 병원에도 가지 않던 사람이었죠. 그러니 떠나고 난 후에 참 허무했죠. 지난 5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어요. 지금도 집에 혼자 있으면 이 방, 저 방에서 나올 것 같고 곁에 있는 것 같아요. 혼자서 ‘여보 여보’ 부르기도 하죠. 아내와 함께 살던 동부이촌동 집은 없애지 않았어요. 지금 그 집에는 아들 내외가 살고 있어요. 원래 같이 살려 했는데, 제가 먼저 나가겠다고 했죠. (웃으며) 홀로 된 어머니를 모시는 것과 홀아비가 된 아버지와 함께 사는 건 달라요. 하지만 아내가 생각나서 ‘내 집이다’ 생각하고 엊그제도 다녀왔어요.”

―외롭지는 않나.

“자녀들은 이제 다 출가했어요. 막내의 결혼식을 다 준비해놓고 식을 치르기 5개월 전 아내가 세상을 떠났죠. 그랬던 막내가 낳은 손자가 벌써 세 살이에요. 시간 참 빠르죠. 제가 원래 사람 많고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조용하게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어요. 가끔 아내 생각이 나지만, 그럴 때는 노래를 부르면 견딜 만합니다. 지금도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밥해주는 것처럼 스스로 챙기며 살죠.”

―오승근의 지난 50년을 정리한다면.

“후회는 없어요. 지금까지도 목소리가 나오게끔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죠. 원래 나이가 들면 노환으로 성대도 약해져서 목소리가 잘 안 나와요. 하지만 저는 아직 이렇게 노래할 수 있으니 여한이 없죠. 전 아직도 제 나이가 청춘이라 생각해요. 10년 더 있으면 장년이고, 이후가 돼야 노년이죠. 제 또래 분들에게도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게 행복이죠. 상대방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지만, 반대로 내가 행복해야 남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런 행복과 웃음을 드릴 수 있도록 저는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노래하려 합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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