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先入見)은 사람의 눈과 마음을 가립니다. 직접 확인하기도 전에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거죠. 팩트를 기반으로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 기자의 신분에서 선입견을 갖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얼마 전, 또다시 선입견에 갇혔던 나를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영화 ‘증인’을 본 직후였죠. 이 영화는 자폐아가 살인사건의 목격자이자 재판의 증인으로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립니다. 주인공은 이 자폐아와 그의 증언을 무력화시키고 의뢰인의 무죄를 주장해야 하는 변호사죠. 언뜻 보면 전형적인 설정이란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이 영화, 장르가 ‘스릴러’가 아니라 ‘드라마’입니다. 살인사건의 진위를 밝히는 법정물이라면 으레 스릴러 혹은 미스터리물이라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증인’은 자폐아의 주장이 과연 법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다루며 자폐아의 삶을 깊이 통찰합니다. 이를 다루는 감독의 연출법은 굉장히 디테일하고, 무엇보다 따뜻하죠.
이 영화를 연출한 이한 감독은 ‘완득이’ ‘연애소설’ ‘우아한 거짓말’ 등 소외되거나 순수한 이들을 줄곧 이야기해왔습니다. 그의 영화가 죄다 ‘12세 관람가’라는 것도 독특한 이력이죠. 통상 감독이나 제작자들이 조금이라도 관객을 더 모으기 위해 15세 관람가를 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에서 자극적 장면을 적극 활용하는 것과 달리 이 감독은 ‘완득이’를 연출할 때도 12세 관람가를 받기 위해 몇몇 장면을 걷어냈습니다. 그의 성품과 그가 만드는 영화의 온도를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변호사의 사전적 의미는 ‘법률에 규정된 자격을 가지고 피고나 원고를 변론하는 사람’입니다. ‘정의의 편에 선다’는 전제는 없죠. 그래서 법을 공부한 변호사가 반드시 선의 편은 아닙니다. 그런 변호사에게 자폐를 가진 아이는 묻죠.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이 질문은 마치 스크린을 뚫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던지는 송곳처럼 폐부를 찌릅니다. ‘증인’을 보는 시간은 우리가 가진 선입견을 깨 가는 시간과 동일하게 흐르죠.
그리고 한 가지 선입견이 남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민변 출신 변호사 순호 역은 배우 정우성이 맡았죠. 처음에는 미남이자 액션 배우의 대명사인 정우성이 연기하는 변호사에 그리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증인’에서 그는 20∼30대 ‘스타’를 넘어 40대가 된 ‘배우’ 정우성을 웅변하죠. 단연 그가 보여준 최고의 연기라고 할 만합니다.
개봉 첫 주 ‘극한직업’의 기세에 밀려 70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친 ‘증인’은 개봉 2주차(82만 명)에 오히려 관객이 증가했는데요. ‘증인’을 통해 선입견을 깬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방증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realyong@
그럼에도 얼마 전, 또다시 선입견에 갇혔던 나를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영화 ‘증인’을 본 직후였죠. 이 영화는 자폐아가 살인사건의 목격자이자 재판의 증인으로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립니다. 주인공은 이 자폐아와 그의 증언을 무력화시키고 의뢰인의 무죄를 주장해야 하는 변호사죠. 언뜻 보면 전형적인 설정이란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이 영화, 장르가 ‘스릴러’가 아니라 ‘드라마’입니다. 살인사건의 진위를 밝히는 법정물이라면 으레 스릴러 혹은 미스터리물이라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증인’은 자폐아의 주장이 과연 법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다루며 자폐아의 삶을 깊이 통찰합니다. 이를 다루는 감독의 연출법은 굉장히 디테일하고, 무엇보다 따뜻하죠.
이 영화를 연출한 이한 감독은 ‘완득이’ ‘연애소설’ ‘우아한 거짓말’ 등 소외되거나 순수한 이들을 줄곧 이야기해왔습니다. 그의 영화가 죄다 ‘12세 관람가’라는 것도 독특한 이력이죠. 통상 감독이나 제작자들이 조금이라도 관객을 더 모으기 위해 15세 관람가를 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에서 자극적 장면을 적극 활용하는 것과 달리 이 감독은 ‘완득이’를 연출할 때도 12세 관람가를 받기 위해 몇몇 장면을 걷어냈습니다. 그의 성품과 그가 만드는 영화의 온도를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변호사의 사전적 의미는 ‘법률에 규정된 자격을 가지고 피고나 원고를 변론하는 사람’입니다. ‘정의의 편에 선다’는 전제는 없죠. 그래서 법을 공부한 변호사가 반드시 선의 편은 아닙니다. 그런 변호사에게 자폐를 가진 아이는 묻죠.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이 질문은 마치 스크린을 뚫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던지는 송곳처럼 폐부를 찌릅니다. ‘증인’을 보는 시간은 우리가 가진 선입견을 깨 가는 시간과 동일하게 흐르죠.
그리고 한 가지 선입견이 남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민변 출신 변호사 순호 역은 배우 정우성이 맡았죠. 처음에는 미남이자 액션 배우의 대명사인 정우성이 연기하는 변호사에 그리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증인’에서 그는 20∼30대 ‘스타’를 넘어 40대가 된 ‘배우’ 정우성을 웅변하죠. 단연 그가 보여준 최고의 연기라고 할 만합니다.
개봉 첫 주 ‘극한직업’의 기세에 밀려 70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친 ‘증인’은 개봉 2주차(82만 명)에 오히려 관객이 증가했는데요. ‘증인’을 통해 선입견을 깬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방증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real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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