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동 문학평론가 서강대 명예교수

미국의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격심한 정파 간의 갈등을 경험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는 능력은 그 사회에 원천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관습과 오랜 훈련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며, 많은 시간과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이 말은 우리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민주국가를 건국한 지 70년 세월을 보내며 갖은 시련과 고통을 겪어 온 우리는 선진국들과는 달리 아직도 성숙한 ‘민주주의를 누리지’ 못하고 무지와 혼돈, 무질서의 늪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퇴행적인 길을 걷게 되는 주된 원인은, 국익보다 당파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능력 없는 정치인들의 무지와 오만·독선 때문이라고들 한다. 지난 21일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20대(代)에서 급락하는 원인을 그들의 실정(失政)에서 찾지 않고, 박근혜 전 정부의 교육 탓으로 돌려 많은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 설 의원은 자유민주주의 정당정치의 요체가 책임 정치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 이명박·박근혜 전 정부의 반공(反共) 교육에 떠넘기는 자세를 보였다. 만일 그가 지난 10년 동안 초·중·고교의 편파적인 역사 교과서를 한 번이라도 읽어 보고 자세히 검토해 봤더라면, 이렇게 터무니없는 실언(失言)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잘못된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그와 다른 입장을 보이며, “20대에서 상대적으로 북한과 통일 문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은 이유”가 전 정부의 반공 교육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젊은 층이 극우 세력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고개 숙여 사과했던 설 의원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대의 지지율 하락은 교육을 잘못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 자신의 발언은 “젊은 세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당시의 교육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말장난’하는 듯한 여당 지도부의 이러한 태도는 반공 교육을 저지하기 위해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인상까지 준다. “최근에는 10대의 5%만이 북한을 적(敵)으로 생각한다는 교육부 조사 결과가 있는데, 문 정부의 교육정책에 따라 학교 교육이 바뀌니까 적대 의식이 줄어들지 않았느냐”는 홍 의원의 발언이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어릴 적 안보 교육은 평생을 가기 때문에, 문 정부가 지금처럼 북한의 실상(實狀)을 알리는 역사 교육을 봉쇄하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자라나는 다음 세대에게 6·25전쟁을 일으킨 북한의 실체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와 반대되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기반으로 한 전체주의 공산 집단임을 망각하게 한다면, 체제 전쟁에서 패배하는 결과를 초래해 마침내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밑에서 노예처럼 살아야만 하는 운명이 될 수도 있다.

마치 전 정부와 보수층 대다수가 남북통일에 대해 부정적이었다는 듯이 일방적으로 외치는 설 의원이나 홍 의원은 무지하고 독선적이다. 박정희 정권은 물론 이명박·박근혜 정부 모두,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자세를 보이며 20대를 반공교육으로 세뇌시켜 판단력도 없는 ‘미개한 존재’로 만들지 않았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김일성 공산주의 체제로가 아니라, 자유 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이었다.

“데모크라시란 것은 부패한 소수자들의 결정에 의한 선거로 바뀐, 무능한 다수자에 의한 결정이다”는 영국 극작가 버나드 쇼의 말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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