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에 대한 역사학계의 최근 연구는 일제강점기를 읽어내던 ‘수탈 대 저항’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을 해체하고 재해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림은 독립기념관 ‘3·1만세도’.   자료사진
3·1운동에 대한 역사학계의 최근 연구는 일제강점기를 읽어내던 ‘수탈 대 저항’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을 해체하고 재해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림은 독립기념관 ‘3·1만세도’. 자료사진

3·1운동 100주년 총서(전 5권) 한국역사연구회 3·1운동100주년기획위원회 엮음 /휴머니스트

‘민족 대 反민족’ 이분법 해체
전개·의의·영향 등 집중했던
기존 연구 상투적 형식 벗어나
시공간따라 변화한 ‘3·1해석’
‘메타역사’시각서 비판적 검토

평화사상·문화예술 흐름 주목
‘고종 독살과 무관’팩트체크도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학술적 연구는 10년 주기로 양산된다. 3·1운동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동안 연구 성과가 생각보다 또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편이다. 집필 시까지 연구 성과를 종합해 묶어내는 ‘논문집’의 형식으로 봐도, 3·1운동에 대한 눈에 띄는 논문집은 1969년 50주년 기념논문집과 그보다 논문 수가 적었던 1989년 70주년 기념논문집 등 손에 꼽을 정도였다.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관련한 학술대회나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역사연구회의 3·1운동100주년기획위원회가 2016년부터 준비해 중진·소장학자 39명의 논문 49편을 묶어 5권으로 내놓은 ‘3·1운동 100주년 총서’가 그 규모나 최근까지의 새롭고 다양한 연구성과를 체계적으로 종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국역사연구회는 역사문제연구소와 함께, 앞서 말한 70주년 기념논문집을 낸 바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역사 연구는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와 이전의 평가를 새롭게 해석하며, 탄탄해 보였던 기존의 격자를 깨거나 사소하게 지나쳤거나 묻혔던 사료에 주목한다. 이번 총서의 기획위원장인 김정인 춘천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가 ‘총론’에서 말하고 있듯, 오랫동안 근대사의 주체는 민족 혹은 민중이었고 프레임은 민족 대 반민족이었다. 21세기 시작을 전후해 서구 포스트모던의 영향이 역사학에도 미치며 이런 이분법적 구도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민족이나 민중을 단일한 집합주체로 보지 않으며, 프레임에 포함되지 않는 광범위한 회색지대에 주목하거나 심지어 수탈 대 저항이라는 이분법도 해체해 일제강점기를 재해석하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역사 속에서 배제된 여성이나 소수자, 일상의 미시사에 주목하는 연구도 적지 않았다.

이 책은 이러한 연구를 담고 있으며, 특히 기존 연구가 보였던 3·1운동의 배경·발단·전개·결과와 영향·역사적 의의 등의 상투적인 형식을 벗어나 3·1운동에 대한 기억과 상식을 전반적으로 ‘메타역사’(metahistory)의 시각에서 흔들어 놓는다. 메타역사란 역사의 본질이 역사 서술의 형식인 서사(narrative)에 있다고 보면서, 역사를 ‘과거에 대한 진술’ 그 자체로 보기보다는 ‘역사가가 생각하는 것에 대한 진술’로 받아들인다.

이런 점에서 총서의 1권 ‘메타역사’는 바로 ‘3·1운동 연구의 역사’에 대한 비평이다. 그동안 3·1운동이 정치·사회적 변동에 따라, 남북한, 일본과 동아시아라는 공간에 따라 어떻게 해석되고 쓰여왔는지를 비평하는 역사 읽기인 셈이다. 예컨대 책의 ‘3·1운동, 그 기억의 탄생’은 3·1운동 참가 인원 및 희생자 수 등의 수치에서 초기 서사로 지금도 영향을 미치는 박은식의 ‘한국독립운동지혈사’ 등이 어떻게 쓰이고 어떤 한계가 있었는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박제화된 기억’을 넘어설 것을 제안한다. ‘3·1운동과 임시정부 법통성 인식의 정치성과 학문성’은 임시정부의 법통성이 우파와 반공주의의 합작이라는 정치성을 지녔으며 학계의 독립운동사 연구도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이뤄지다가 1980년대 이후 임시정부 법통성을 부정하는 흐름이 생겼지만 다시 2000년대 들어 3·1운동과 임시정부를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전선의 관점에서 평가하기 시작하는 등의 변화를 읽어낸다. 근래 건국절 논란과 관련해서도 눈길을 끄는 글이다.

2권 ‘사건과 목격자들’은 3·1운동 이후 1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실증적 규명이 덜 된 사건과 인물이 산적해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이른바 ‘팩트 체크’다. 예컨대 책의 ‘고종독살설 재검토’는 대중적으로 정설화된 고종 독살에 관한 당시의 기사들을 비교·검토한 결과 독살과 무관하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3권 ‘권력과 정치’는 ‘일제’라는 단어에 가려 있던 제국주의 권력 심층부의 동향을 세밀히 분석하며, 4권 ‘공간과 사회’는 근래 역사학계에서 관심이 높아진 ‘공간’이라는 일상성과 다양성을 통해 3·1운동에 접근한다. 5권 ‘사상과 문화’는 그동안 잘 다뤄지지 못한 당시의 민중폭력 사상과 평화 사상 등 사상의 흐름을 들여다보고 문화예술 분야도 다룬다.

3·1운동의 역사연구 역시 전환기에 있다. 이른바 대중적인 역사서에선 여전히 민족주의적이고 이분법적 구도가 강하지만, 중진·소장학자 중심의 새로운 역사학에서는 “단일한 대오도, 단일한 깃발도 없는” 흐름이 주류로 되고 있다. 사실 일제의 지배를 받았던 조선 사회가 단일한 혹은 일원적인 사회가 아니었음은 상식적인 문제다. 단순하게 지배와 저항, 친일과 반일 등의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사회란 없다. 근래 역사학에서는 ‘식민지=악’ ‘근대=선’ 등의 개념도 낡은 것으로 치부되고 ‘식민지=근대’라는 논쟁적 시각들이 나온다. 그런점에서 이 ‘총서’는 3·1운동 당대뿐 아니라 현재적 역사인식에 관해서도 적지 않은 시사를 준다. 각 권 311∼399쪽, 2만1000∼2만3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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