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의 수상한 ‘택일의 정치학’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연거푸 국민연금이 자랑할 만한 내용은 평일에 발표하고 여론의 비판을 받을 만한 사항은 연휴 직전 오후에야 공개하는 방식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공공기관 의무사항인 ‘2018년 수익률 발표’를 택한 시점은 28일 낮 12시. 사상 최대로 저조한 수익률을 최대한 덜 회자되도록 하기 위해 2차 미·북 정상회담과 3·1절 연휴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소득대체율 확대 추진, 국가지급 보장 등 국민이 선호할 내용은 적극적으로 알려온 행태와 대조적이라는 점에서 ‘포퓰리즘 국민연금’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모든 공공기관은 2월 말까지 결산 실적을 발표해야 하는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기금운영성과 수익률(잠정치) 발표를 마지막 날까지 미룬 셈이다.
연금전문가인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미 20일 이전에 발표한 다른 공공기관도 많은 점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계에서는 “일부러 대형 이벤트가 많은 마지막 날까지 발표를 미룸으로써 저조한 수익률에 대한 비판 여론을 최소화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 같은 합리적 의심은 지난 1일 발표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첫 적용 시점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찬반 논란이 매우 컸던 사안이었는데 첫 적용 회의와 결과 발표가 설 연휴(2~6일) 바로 전날이어서 분위기에 휩쓸리며 크게 쟁점이 되지 않았다. 앞서 국민연금은 1월 16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지난해 수익률이 -1.5%라는 속보치를 보고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거센 비판을 받았던 뼈아픈 경험도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손실이라는 점과 함께 스튜어드십 코드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연금이 본래 목적인 기금의 안정적 운영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이번에 발표해야 하는 잠정 수익률 역시 환율 등의 수치변동으로 지난 속보치보다는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해도 저조한 수익률 자체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주식시장의 평가가 많았다.
김 교수는 “수익률보다 더 중요한 건 벤치마킹 대비 수익률로, 코스피 지수보다 실적이 낮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며 “이는 연금기금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수익률이 계속 높지 않으면 연금개혁 역시 힘을 받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