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8일 하노이 회담이 북핵(北核) 폐기 문제는 물론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세계 이목이 집중된 역사적 담판이라는 현란한 외양에 비해 그 실질은 기대에 못 미친다. 제2차 미·북 정상회담에 따른 합의와 무관하게 북핵 폐기는 여전히 멀고 험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그런 합의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게다가 지금 미국 국내 정치 상황이 복잡하게 엉키면서 미·북 합의를 왜곡하고, 그 실행도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다.

하노이 회담과 때를 맞춰 워싱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태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옛 변호사 마이클 코언 하원 청문회와 겹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신경도 워싱턴에 쏠려 있다. 코언 청문회에서는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 내통 혐의 등 대통령 탄핵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엉성한 합의를 하고, 대성공이라고 선전할 조짐도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27일 상원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항복의 길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신문 1면에서 코언 청문회를 제치게 하려고 북한에 굴복할 수 있다”고우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과의 만찬에 앞서 “1차 회담 때보다 성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회담 실패 위험성이 여전히 큰 데도 이같이 허풍을 떤 것이다. 이미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을 간파해 많은 것을 얻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가짜·부분 비핵화 제스처를 대가로 제재 완화 등의 양보를 하면 북핵 폐기는 더 요원해진다. 완전 핵 폐기 로드맵과 시한이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북 관계 개선, 평화 체제, 대북 경협 쪽으로 논점을 옮기는 것은 북핵을 사실상 용인하겠다는 신호다. 미·북 하노이 회담에서 무엇이 합의되든 일희일비하지 말고 대한민국은 북핵 폐기에 더욱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금강산 관광 등 제재 완화에 앞장선다면 재앙을 자초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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