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 범죄분석팀 소속 프로파일러들이 피의자의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상아 경사, 이주현 경사, 김성혜 경사.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 범죄분석팀 소속 프로파일러들이 피의자의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상아 경사, 이주현 경사, 김성혜 경사.

“현장 아닌 자료분석… 심리학 바탕으로 피의자 면담”

드라마 ‘아이템’ ‘보이스’ 등
권총·범인들과 몸싸움은 과장

수갑·총 실제로 쓸일 거의없어
사체 사진 띄워놓고 밥먹기도

경찰청 프로파일러 70%가 女
논리적 분석 통해 사건 파헤쳐

사이코패스 추가범행 막아내
생명 구했다는 뿌듯함도 느껴


“현장을 돌아보다가 문득 영감을 얻고, 피의자의 마음을 움직여 자백을 받아내는 모습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져요.”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 범죄분석팀 소속 프로파일러 이주현 경사는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프로파일러 캐릭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실제 프로파일러는 자료를 잔뜩 쌓아놓고 논리적으로 분석하며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고, 심리학을 기반으로 전략을 세워 피의자 면담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아이템’ 속 프로파일러 신소영 경위(진세연)
‘아이템’ 속 프로파일러 신소영 경위(진세연)

최근 드라마에 프로파일러가 자주 등장한다. 2016년 방영된 tvN 드라마 ‘시그널’에는 냉철한 분석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프로파일러(이제훈)가 나왔으며 2017년 시작된 OCN 드라마 ‘보이스’ 시리즈에도 절대 청력을 지닌 프로파일러(이하나)가 이야기를 이끌었다. 또 3일 종영한 OCN 주말드라마 ‘트랩’과 방영 중인 MBC 월화드라마 ‘아이템’에도 프로파일러가 주요 배역으로 등장한다.

드라마 속 프로파일러는 대부분 여성이다. 실제로도 40여 명의 경찰청 프로파일러 중 70% 이상이 여성이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이 경사는 “사회학, 범죄학, 심리학 등을 전공해야 프로파일러가 될 수 있는데 현재 활동 중인 프로파일러는 대부분 심리학 전공자”라며 “대학 심리학과에 여학생이 많다 보니 프로파일러도 여성이 다수”라고 설명했다.

‘트랩’에 나온 프로파일러 윤서영 경위(임하영)는 적극적인 성격으로, 피해자로 가장한 범인의 실체를 알아차린다. ‘경찰청의 마스코트’로 불리는 윤 경위는 형사처럼 잠입수사를 하고, 권총을 차고 다니며 범인과 몸싸움도 벌인다. 또 ‘아이템’에서 냉정한 판단력으로 연쇄살인 사건의 단서를 찾아내는 광역수사대 프로파일러 신소영 경위(진세연)는 피해자의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현재 서울경찰청에는 이 경사와 김성혜 경사, 한상아 경사 등 3명의 여성과 1명의 남성 등 총 4명의 프로파일러가 근무 중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프로파일러를 꿈꿨다는 김 경사는 “사건 용의자를 유추하고, 검거된 피의자를 면담하며 참고인의 기억을 이끌어 내는 등의 일이 프로파일러의 기본 역할”이라며 “또 미제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분석해 수사방향을 재설정하는 일도 한다”고 소개했다. 홍콩에서 대학을 다닌 한 경사는 “전에는 범인 검거에 집중했지만 요즘은 강력사건의 범인 검거율이 높아져서 ‘어금니 아빠 사건’ ‘강서 PC방 사건’ 등 특이한 양상의 범죄를 분석하는 일을 주로 한다”며 “지리적 프로파일링을 통해 연쇄 범죄자의 다음 범행지를 예측하는 일도 프로파일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한 경사는 이어 “최근에 여러 프로파일러가 협업해 사이코패스 성향 피의자의 추가 범행을 막았다”며 “의사처럼 생명을 구한 뿌듯함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들에게 “영화와 드라마에서 프로파일러가 어떻게 그려지길 바라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 경사는 “프로파일러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인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극의 재미를 위한 장치겠지만 좀 더 사실적으로 그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경사는 “정장에 굽 높은 구두를 신고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험한 현장에서 그렇게 입고 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한 경사는 “사체를 보고 토하는 장면은 정말 어색하다. 실제로는 그런 사진을 모니터에 띄워놓고 밥 먹으며 분석하기도 한다”며 “수갑은 지급받았지만 거의 쓸 일이 없고, 총은 아예 소지하지 않는데 드라마에서는 과장되게 그려졌다”고 답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이 경사는 “현장에서 사체를 봐야 하는 날은 아이들이 신경 쓰여 반드시 옷을 갈아입고 집에 간다”며 “그래도 이 일이 좋다. 오래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 경사도 “전에는 재판 참고 자료 정도로 쓰이던 프로파일링 분석 보고서가 최근에는 정식 증거로 채택되고 있다”며 “앞으로 새로운 기법을 빠르게 배우는 등 연구에도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경사는 “프로파일링이 범죄자의 죄를 입증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사건분석보다 진술분석에 집중하게 되고, 심리부검(자살이 추정되는 경우 주변 면담 등을 통해 자살 이유를 찾아가는 것) 등 연구할 분야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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