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 정문에서 시민과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이동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서울에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 정문에서 시민과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이동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 전국 ‘미세먼지 포비아’

내일도 사상최악 대기질 예고
7일 ‘반짝 해소’ 후 계속될 듯

아이 등원·등교마다 노심초사
봄나들이 지역 특수도 사라져

미세먼지예산 전기차 등 집중
증액에도 일상고통은 그대로


5일 한반도 거의 전 지역이 미세먼지에 폭격당했다. 국가재난 수준이다. 일상생활은 마비됐고, 경제활동은 제약을 받고 있다. 일상이 돼버린 미세먼지에 시민들은 공포심까지 느끼는 지경이 됐다. 미세먼지는 정부의 대책을 비웃듯 연일 기세등등이다. “실외활동을 자제하라”는 정부의 긴급재난 문자 전송 외에 미세먼지특별법 제정으로 시작된 2.5t 이상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등의 비상저감조치는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신기록 행진은 어디까지?= 정부는 당분간 대기정체와 중국발 고농도 미세먼지 유입으로 6일까지 최악의 미세먼지 농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보했다. 이에 따라 비상저감조치는 6일에도 발령돼 사상 처음으로 ‘6일 연속 비상저감조치 발령’이란 새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오는 7일쯤 돼서야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이는데, 농도가 ‘보통’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7일 바람이 강하게 불어 미세먼지가 해소되겠지만, 문제는 미세먼지가 너무 짙게 깔려 농도가 ‘매우 나쁨’에서 ‘나쁨’ 수준으로 떨어지는데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8일부터 다시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져 숨쉬기 힘든 날이 계속될 것으로 환경 당국은 전망하고 있다.

◇일상생활·경제활동에도 직격탄 = 시민들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사상 초유의 미세먼지에 일상생활에까지 타격을 입고 있다. 무엇보다 가족 건강에 대한 걱정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학부모들은 본격적인 개학 시즌이 시작됐지만, 휴교나 휴업 카드는 검토조차 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주부 채지영(여·38) 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킬 때마다 죄인이 된 기분”이라며 “맞벌이하는 부모는 장시간 바깥에 아이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는데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집에서 보살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문제는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최근 특별법 제정으로 광역단체장들이 비상저감조치 시 휴교나 휴업을 권고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정작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휴교·휴업을 하려면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의 협조가 필요한데, 각자 이해관계가 달라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봄이 되면 전국 각지로 나들이를 떠나던 시민들의 발길이 끊어지자 자영업자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마포구에서 5년째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모(60) 씨는 최근 3·1절 연휴를 맞아 휴가를 떠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가게 문을 열었지만, 허탕을 쳤다. 이 씨는 “몇 년 전만 해도 3월이면 한강을 찾는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며 “매출도 지난해 봄 대비 10% 이상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비상조치는 있는데 예산이 없다?= 환경부는 올해 미세먼지 예산으로 지난해보다 27% 오른 8832억 원을 책정했지만, 세부내용을 보면 의문투성이다. 우선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 충전소 지원 등에 5383억 원이 투입된다. 이를 두고 “미세먼지를 잡자는 건지, 전기차 사업을 육성하자는 건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온다. 약 61%의 예산이 직접 미세먼지를 줄이는 예산이 아닌 ‘간접대책’에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세먼지 저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환경부가 4대강 보 철거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금강·영산강 3개 보 철거 비용으로 896억 원을 책정한 것을 놓고 “체육관을 만들거나 교실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는 게 우선이 아니냐”고 꼬집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손우성·이해완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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