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헌법상 대통령 자문기구이지만, 대통령이 의장이며 국무총리와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해 외교·통일·국방장관 등이 참여하는 대한민국 안보의 최고 논의 시스템이다. 그런데 하노이 미·북 2차 정상회담의 실패 이후 대책을 협의하기 위해 4일 오후 열린 NSC 회의에서 나온 발언들을 보면, 안전보장은커녕 안보를 위태롭게 할 우려를 더 키우는 내용이 수두룩하다. 미·북 회담 결과에 대해서도 객관적 사실이나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류와는 동떨어진, 아전인수식 ‘우물 안’ 해석으로 일관했다.

우선, 사실 인식부터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이 완전 폐기된다면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했다. 오판(誤判)이다. 영변 외에도 2∼3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어 핵무기를 계속 생산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고, 당연히 불가역적 비핵화의 ‘보장’도 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유럽 순방 때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비핵화가 되면 제재 완화가 필요함을 역설했는데, 그 때문에 무리한 해석을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둘째, NSC는 미·북 회담의 결렬 핵심 포인트에 있어서 미국 입장엔 배치되고, 북한 입장엔 동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뒤 기자회견에서 “영변 해체는 완전 비핵화가 아니다”고 규정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영변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이 있다”고 했다. 그 뒤 리용호 북 외무상은 이런 미국 입장을 반박하면서 “영변 핵 폐기는 가장 큰 비핵화 조치”라고 주장했다.

셋째, 향후 대응과 관련해서도 한·미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다. 문 대통령은 “제재 틀 내에서 남북관계 발전 방안을 찾아 달라”고 했다. 미국은 최강의 대북 제재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미국 입장이 합리적이다. 지금 북한이 원하는 석탄·원유 등의 제재를 해제하면 제재 틀 자체가 허물어지고, 북한은 핵 폐기를 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런데도 장관들은 이런 진실을 말하긴커녕 개성·금강산 재개, 군사합의 가속 등 문 대통령 ‘코드’ 맞추기에 급급했다. 이런 와중에 북한 매체들은 남북 협력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통남봉미(通南封美) 전술로도 비친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때문에 남북 경협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번 NSC 논의는 도대체 어느 나라 안보를 위한 것인지 의구심마저 들게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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