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군 소안도의 소안항일운동기념관 독립운동가 부조물.
전남 완도군 소안도의 소안항일운동기념관 독립운동가 부조물.

3월의 가볼 만한 곳… 항일 역사적 명소 5選

충북 괴산 홍범식 고가
代이어 독립운동 투신한 父子
충열탑 보훈공원서 고개 절로

‘3대성지’ 전남 소완도
건국훈장 독립유공자만 20명
당시기사·교과서 등 유물 전시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한국관광공사가 일제강점기 항일운동과 관련한 전국의 역사 공간을 ‘3월의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했다. 충북 괴산과 경남 밀양, 경북 안동과 전남 완도 등 독립운동가의 자취나 항일운동의 역사적 명소를 둘러 보는 여정이다. 100년 전, 그날의 뜨거운 함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독립에 몸 바치다…아버지와 아들

1910년 한일병합조약으로 대한제국이 국권을 빼앗기자 분노를 참지 못한 아버지는 자결했다. 그는 아들에게 ‘죽을지언정 친일을 하지 말고 먼 훗날에라도 나를 욕되게 하지 말라’는 유서를 남겼다. 아버지는 독립운동가 일완 홍범식이고, 아들은 독립운동가이자 ‘임꺽정’을 쓴 소설가인 벽초 홍명희다. 아버지의 유훈을 받은 홍명희는 고향인 괴산에서 삼일만세운동을 주도하고 독립운동에 투신했으며 끝내 변절하지 않았다. 홍명희는 해방 이후 월북해 북한에서 초대 부수상에 준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 오랫동안 ‘금기의 인물’이었다. 최근 들어 문학작품 등이 재평가를 받았다. 홍범식과 홍명희가 태어난 홍범식 고택과 충열탑, 충혼탑이 자리한 괴산보훈공원, 충북 지역에서 최초로 삼일 만세운동이 펼쳐진 괴산시장, 홍명희가 자주 찾았다는 고산정 및 제월대 등을 돌아보면서 대를 이어 독립운동에 투신한 아버지와 아들의 고귀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달천변의 제월대 절벽 위의 고산정 입구에는 홍명희 문학비가 서 있다. 진주대첩의 명장 김시민 장군을 모신 충민사도 있다. 인근에 호젓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성불산 자연휴양림이 있다.

상하이임시정부의 초대 국무령을 지낸 이상룡 선생의 생애와 활동을 전시해 놓은 경북 안동의 임청각.
상하이임시정부의 초대 국무령을 지낸 이상룡 선생의 생애와 활동을 전시해 놓은 경북 안동의 임청각.

◇영화 암살 주인공…밀양사람 김원봉

영화 ‘암살’에 등장한 의열단장 김원봉의 고향은 경남 밀양이다. 밀양은 일제강점기 항일독립운동의 요람이었다. 치열했던 독립운동의 흔적은 밀양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김원봉이 태어난 생가터에 문을 연 의열기념관과 이 일대에 조성된 해천 항일운동 테마거리는 밀양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을 살펴볼 수 있는 곳. 의열기념관에서는 김원봉과 윤세주 등 밀양의 청년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의열단의 활동과 조선의용대, 한국광복군으로 이어지는 항일무장투쟁의 역사가 자세히 전시돼 있다.

의열기념관 일대는 ‘해천 항일운동테마거리’로 꾸며져 있다. 해천이란 의열기념관 앞을 흐르는 작은 냇물로 조선 시대 밀양읍성을 따라 조성했던 방어용 해자였다. 근대 이후 읍성과 함께 사라졌던 해천은 몇 년 전 복원돼 시민들의 산책로 겸 휴식공간이 됐는데, 여기에 밀양의 만세운동 등 다양한 독립운동의 모습을 항일운동 벽화를 그려 넣었다. 의열기념관에서 500m쯤 떨어진 밀양관아터는 1919년 3월 13일 밀양의 만세운동이 벌어진 역사의 현장이다.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명루로 꼽히는 밀양 영남루에서도 독립운동가 이시형이 해방 후 이곳에서 단군 봉환회를 치렀다.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근대사 중심서 저항하다… 서울 도심

3·1운동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저항해 전 민족이 일어난 항일독립운동이다. 일제강점기에 나타난 최대 규모의 민족운동이자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승국의 식민지에서 최초로 일어난 대규모 독립운동이기도 하다. 일제하 항일민족운동의 중심지는 당연히 서울. 전국적인 규모로 확산하며 해외로까지 전파된 3·1운동이 최초로 점화한 것도 서울이었다.

서울 도심의 서울역사박물관, 경희궁, 경교장, 정동길, 서대문독립공원 등은 3·1운동 전후의 시대적 사연을 만날 수 있는 곳들이다. 서울역사박물관에는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시절의 서울의 변화상이 시대별로 전시돼 있다. 역사박물관 옆 경희궁은 일제강점기 당시 훼손된 아픔이 역사가 서린 궁궐이다. 경희궁을 나서면 대한민국임시정부와 김구 선생의 거처였던 경교장, 도심재생에 예술을 덧씌운 돈의동 박물관 마을로 길을 이어보자. 정동길에는 아관파천의 ‘고종의 길’이 있고, 을사늑약의 현장이었던 중명전이 있다. 여기서 서대문독립공원으로 건너가면 공원의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3·1운동 때 투옥됐던 열사들의 옥사와 저항의 현장을 볼 수 있다.

◇항일투쟁의 전통…독립유공자 350명

경북 안동은 시·군 단위로 전국에서 독립유공자(약 350명)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에서는 1894년 갑오의병부터 1945년 광복까지 약 50년간 펼쳐진 안동과 경북 독립지사들의 투쟁을 여러 문헌과 자료, 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의병항쟁부터 대구 국채보상운동과 만주 지역의 항일투쟁, 의열단과 광복군 전투까지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안동은 유학이 뿌리 깊은 지역이지만 의병 활동 실패 후 신학문(新學門)을 받아들인 이른바 ‘혁신유림’이 생겨나게 된다. 이들이 경술국치(庚戌國恥) 이후 만주로 건너가 항일 투쟁을 이어갔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을 나서면 내앞마을이다. ‘만주벌 호랑이’로 불린 일송 김동삼 생가와 일가를 이끌고 만주로 독립운동을 떠난 김대락의 집인 ‘백하구려’가 남아있는 독립운동의 성지 같은 마을이다. 안동의 임청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의 생가이자 3대가 독립투쟁에 나선 독립운동의 산실이다. 독립운동가의 집이자 500년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고택에서 묵어가는 하룻밤은 특별하다.

◇해방의 섬…항일운동 3대 성지

전남 완도에 딸린 작은 섬 소안도는 함경도 북청, 부산 동래와 함께 ‘항일운동의 3대 성지’로 불린다. 그만큼 일제강점기 때 치열한 저항정신을 보여줬다. 당사도 등대습격 사건을 비롯해 13년 동안 끈질기게 법정 투쟁을 벌여 승소한 ‘전면 토지소유권 반환소송’, 주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설립한 사립 소안학교와 학교 폐교로 벌어졌던 복교운동까지 소안도 주민들이 일제에 저항한 사건을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특히 소안도에서만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유공자가 20명이나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항일운동의 성지라 불릴 이유는 충분하다.

소안항일운동기념관에는 소안도 항일운동의 시발점이 된 당사도등대 습격사건의 디오라마가 서 있고, 천장에는 다양한 태극기로 수를 놓았다. 사립소안학교에서 사용하던 교과서, 1920∼1930년대 신문 지면을 장식했던 소안도 기사, 독립운동가의 형사판결원본 등 당시의 유물과 기록도 전시돼 있다. 소안항일운동기념관 앞으로 가학산과 부흥산을 끼고 운치 있는 해안도로가 이어져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완도 미라리와 맹선리 상록수림과 풍경이 펼쳐지고 아름다운 물치기미 전망대, 해맞이 일출공원 등도 만날 수 있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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