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준 논설위원

평소에 손발 맞춰야 實戰 가능
연습 없이 전작권 조기 전환 추구
美 표심 따라 동맹 변화 가능성


국방부는 지난 4일 키리졸브(KR)·독수리(FE)연습 폐지와 관련된 질문에 “새로이 마련된 지휘소연습과 조정된 야외기동훈련 방식으로 실질적 연합방위태세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대답했다. 만약 이 답변대로라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엄청난 비용과 수많은 인원을 동원해 실시해 온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은 잘못된 것이 된다. 저비용으로도 할 수 있었는데 쓸데없이 많은 예산과 힘을 낭비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또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무기체계의 변화가 있고, 지휘통신 체계도 발전돼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무기체계가 단순하고 지휘통신 체계가 단조롭던 시절에는 대대급 훈련으로 충분할 수도 있었다. 연대급 이상 훈련이라 해도 양적으로 늘어난 것일 뿐, 질적 차이가 작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기체계가 복잡해지면서 육·해·공군의 합동작전, 2개 이상의 다른 병과가 함께하는 제병협동전술이 현대전의 핵심이 된 지 오래며, 지휘통신 네트워크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제 타 병종, 타 군과의 실시간 정보공유 네트워크의 유지는 전장의 승패를 가름하는 중요 요소가 되고 있다. 따라서 대규모 군사연습을 통해 손발을 맞춰 놓지 않으면, 실전에서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 것이다.

KR·FE 폐지는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 즉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한 것에 대한 상응 조치라고 한다. 정경두 국방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이 지난 2일 밤 약 45분간 전화 통화한 뒤 KR·FE 종료를 결정했다고 발표됐다. 그러나 장관이라 하더라도 이런 중대 사안을 짧은 전화 통화로 결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결정된 지 불과 2일 만에 ‘동맹’ 연습이 시작됐는데, 이는 사전 준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미리 실무적으로 결정돼 있던 사안이 한·미 양국 국방장관의 통화를 통해 최종 승인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오래전에 그 결정을 내렸다. 왜냐하면 그러한 ‘연습들’을 하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 너무나도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동맹을 돈으로 계산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발언의 이면에는 핵심 지지층의 표심이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 중서부 및 남부 거주 중하층 백인이 주류인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선 ‘글로벌리스트’란 단어가 욕설처럼 사용되고 있다. 미국 동·서부 해안 거주 엘리트층 주도의 ‘세계질서 개입’으로 ‘보통 미국인’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 탓이다. 세계 경찰을 한다고 피와 돈을 쏟아봐야, 이라크·아프가니스탄·시리아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비난만 당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기득권층의 이익 수호 차원에서 계속 개입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고통은 서민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부자나라’ 한국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돈이 많은데도 비용을 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곡예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드 배치 논란이 일어났을 때, 보통 미국인들은 섭섭함을 넘어 배신감까지 맛봤다. 주한미군 사병들의 심리는 더욱 복잡하다. 저소득 시골 출신이 많은 이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생활수준은 자신들보다 높은 것이다. 함께 지내는 카투사(KATUSA)에게 위화감을 느끼는 경우도 허다하다. 고학력 중산층 출신이 대부분인 카투사로부터 미국 뉴욕의 글로벌리스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마저 들린다.

잇단 연합훈련 폐지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 심각하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국군 연합사령관이 유사시 미국의 증원 전력을 포함한 대규모 한미연합군을 지휘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주도하는 새로운 연합지휘구조를 적용한 한·미 연합 연습 및 검증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전쟁 수행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전작권의 조기 전환만 강조할 뿐, 연합훈련은 사라지고 있다. 한국군 장성이 항공모함 전단 등 대규모 미군 증원군을 포함한 연합군을 지휘하는 전구(戰區) 사령관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지, 미군이 실제로 이런 지휘를 맡기고 따를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여전하다. 결국 ‘우리는 발을 뺄 테니, 너희끼리 알아서 해 보라’는 것 아닌가 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연합훈련 폐지 책임을 트럼프의 돈 문제로 전가하거나, 아니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여론을 무마하는 데 급급해하고 있다. 연합훈련 없는 군사동맹은 악기 없는 오케스트라와 같으며,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한·미 동맹은 형해화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극복할 의지와 전략이 문재인 정부에 있는지 의문이다. 혹시 내심 원하고 있으며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