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경제학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대중국 수출 호조로 사상 최대 실적인 6000억 달러를 돌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꺾인 수출은 내리 3개월째 전년 동기 대비 악화했고 그 폭도 커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 수출에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고, 이러한 수출 악화 추세를 뒤바꿀 만한 호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악재만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교역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품목은 자동차와 원유로, 이들 품목은 전 세계 수출 총액에서 각각 5% 안팎을 차지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반도체와 자동차가 각각 20%와 10%로, 이들 2개 품목이 총수출의 30%를 차지한다. 이들 품목의 수출 실적이 우리나라 수출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다. 또한, 6% 수출 비중을 가진 석유 제품 수출도 유가 하락에 따른 단가 하락으로 부진해지고 있다. 특히, 세계 경제 하강기에 이들 품목은 수요 부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데, 현재 우리나라는 이러한 리스크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대외 통상 환경은 살얼음판을 걷듯 위태롭기만 하다. 90일간 휴전으로 무역협상을 해 온 미국이 중국에 2000억 달러의 관세 인상 유예를 통보했지만, 근본적인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핵심 쟁점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이번에 중국이 미국산 1조2000억 달러어치를 수입하고 일부 제도를 고칠 것을 약속했다. 관세 외에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 이전 강요, 국유기업 개혁 등에 대한 미·중 간 마찰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또한, 중국 경제 부진이 뚜렷해지면서 수입 수요도 줄고 있다. 중국은 내수 진작을 위해 자국산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고, 미·중 양측의 합의로 미국산 수입을 늘리게 되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직격탄을 받게 된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달 말까지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이고, 노딜로 인한 후유증을 우려해 6월로 브렉시트를 연기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긴 하지만, 현 상황으로 보면 6월 말에도 낙관적인 상황을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 수출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팽배해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등 경제 부처는 지난 4일 ‘수출 활력 제고 대책’을 발표했다. 1조 원 규모 수출채권 조기 현금화 지원 보증을 신설해 6개월 걸리는 현금화 기간을 대폭 단축해주고, 수출계약서만으로도 특별보증을 받을 수 있는 1000억 원 규모의 수출계약 기반 특별보증 제도를 신설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40페이지나 되는 설명 자료를 찬찬히 읽어봤지만 이들 사항 외 눈에 띄는 새로운 대책은 찾기 어려웠다. 그동안 많이 언급했던 바이오·헬스·전자무역·문화콘텐츠 등에 대한 대책은 원체 내용이 부실했던지 연말로 발표를 미뤘다.

돈을 풀어서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고, 돈을 푸는데 담당자가 몸을 사리지 않도록 면책해 주겠다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미 썼던 대책이다. 또, 수산물 수출 지원 정책도 재탕이며, 코트라(KOTRA)에 아세안 데스크 설치로 수출이 늘 수 있을지 궁금하다.

당장의 수출 위기를 타개하려는 고육책이겠지만, 중소 수출기업에 실제 도움이 안 되는 내용을 수출 지원 대책으로 발표한 것은 격화소양(隔靴搔癢)이다. 현재 상황은 단기 금융 지원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취약한 수출 구조를 개선해야 하고,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방안을 정부 합동으로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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