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쇼핑 위조품 무분별 유통
희귀 모델 해외 주문했다가
세관서 위조품 적발돼 폐기
수차례 환불 요구해도 無응답
中 판매자들도 가격 달러 표기
결제땐 환율 비싼 위안화 적용
환불하려면 왕복배송비 전가도
너무 싸다싶은 제품 일단 의심
신용카드 ‘chargeback’ 신청
가품 입증땐 거래 취소도 가능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11조893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6% 증가했다. 모바일쇼핑 거래액만 따지면 68조8706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7% 증가, 성장세가 더 가파르다. 인터넷에서 모델명을 검색해 최저가 상품을 찾는 일은 더는 젊은 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렇게 보편적 현상이 될수록 온라인에 난립한 국내외 쇼핑몰과 오픈마켓 셀러 가운데 정품이 아닌 위조 제품(가품)을 유통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 가운데서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인기가 높은 ‘브랜드 운동화’의 경우 모델이 다양한 만큼 병행수입이나 위조가 많아 피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해외 주문했다가 세관서 폐기, 소비자는 구제 못 받아 = 나이키·아디다스 등 해외 브랜드 신발의 경우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는 모델이나 희귀한 모델을 온라인으로 해외 사이트에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A 씨는 지난해 11월 24일 해외 사이트를 통해 나이키 운동화를 구매하고 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판매자에게 진품이라는 확인을 받았는데도 A 씨가 산 신발은 지난 1월 세관에서 지식재산권 침해물품으로 적발돼 폐기됐다. 돈만 내고 신발을 받지 못하게 된 A 씨는 판매자에게 환불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수차례 보냈다. 아직 아무런 대답이 없다. B 씨도 지난해 11월 8일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나이키 운동화 2개를 주문하고 대금을 결제했지만, 같은 달 세관에서 ‘해당 제품이 나이키 상표권자의 감정 결과 위조품으로 확정 판정을 받았으니 반송을 진행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B 씨 역시 판매자에게 메일을 발송해 환불을 요구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 사례들이다. 정식 유통 경로가 아닌 일반 판매자에게 주문했다가 가품으로 확인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세관에 적발되는 경우 A 씨나 B 씨처럼 상품을 받지 못하고 돈만 날리게 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아디다스코리아 측은 “아디다스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및 오프라인 시장에 퍼져 있는 위조품의 근절 및 상표권 보호를 위한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며 “이는 아디다스의 기업 브랜드 보호뿐만 아니라 소비자 권익 보호 차원에서도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달러로 주문했는데 위안으로 결제되는 사례도 = 해외 주문의 경우 주문 과정에서 결제 통화가 달라지기도 한다. C 씨는 지난달 16일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이용하다 블랙프라이데이 90% 할인을 한다는 광고를 보고 해외 사이트에 접속해 아디다스 운동화를 주문했다. C 씨는 금액이 달러화(USD)로 표시된 것을 보고 미국 사이트로 생각했는데, 결제 후 카드사에서 보내온 문자를 통해 중국 위안화(CNY)로 더 높은 가격에 결제된 사실을 발견했다. 심지어 주문할 때 표시되지 않았던 ‘replica(가품)’라는 설명도 있었다. C 씨는 환불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고, 이후 사이트는 접속 불가 상태가 됐다.
위조 상품을 판매하면서 판매처를 미국 등지로 혼동하도록 금액 표기를 의도적으로 달러로 표기한 사례다. 이 경우 가품일 가능성이 큰 데다 실제 결제 금액도 처음 생각했던 액수보다 높아질 위험이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달 초부터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 광고를 보고 달러 결제로 상품을 구매했는데 실제 결제는 위안화로 이뤄졌다는 사례 접수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포털사이트 ‘쇼핑’ 서비스에도 가짜 범람 = 중국·홍콩 등 해외 판매자가 포털사이트 ‘쇼핑’ 서비스에 해외배송 상품이라며 상품을 올려놓고 가품을 정품이라고 주장하며 판매하기도 한다.
취재진이 포털사이트 쇼핑 서비스를 통해 실제로 구입한 D 모델 운동화도 외관상으로는 정품 운동화와 다를 바 없었지만, 설포(tongue) 부분을 살피니 정품과 달리 마감이 조악한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이 운동화를 살펴본 한 신발 편집숍 판매원은 “외관상으로는 구별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설포 부분 마감처리가 부실하다”고 말했다. 설포에 붙어 있는 태그(tag)의 상품정보를 이 가게 전산망에 입력해 보았지만 조회되지 않았다. 다른 나이키 직영점 관계자도 “외관상으로는 분간하기 어렵다”며 “6만 원에 구매했다면 가품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들 판매자는 자신들이 판매하는 상품이 정품이라고 주장한다. ‘정품이 아닐 경우 100% 환불’을 보장하기도 한다. 정작 이들 판매자에게 상품에 대해 문의하면 번역기를 사용한 것처럼 보이는 어색한 한국어로 답변, 상품의 진위를 정확히 가려내기 어렵게 만드는 수법을 쓴다. 실제 주문했다가 가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해도 환불받기는 쉽지 않다. 해외 판매자인 탓에 왕복 배송기간이 최대 한 달이나 걸리는 데다, 일부 판매자들은 소비자에게 왕복 배송비를 전가하기 때문이다.
◇신뢰성 있는 쇼핑몰 찾고, 피해 발견하면 ‘차지백 서비스’ 이용해야 = 이병준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매안전대행 서비스의 가입률이 낮고, 정부 기관이 거래 사이트를 일일이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결국 소비자들이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위조 상품 거래는 형사 범죄지만 해외 사업자를 찾아내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전자상거래법·소비자보호법을 개정한다 해도 국내 사업자만 규제할 수 있을 뿐 해외 사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물건을 살 때 너무 싸다 싶으면 좋은 기회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특히 해외 사이트인 경우 더 의심해야 한다. 천경희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비용 절감이 우선시되는 소비 행태에서 벗어나 ‘윤리적 소비’를 추구해야 한다”며 “소비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피해 보상 시스템을 갖춰 플랫폼 업체도 책임을 분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소비자감시팀장은 “신뢰성 있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운동화 상품에 대한 상세 조회를 하면 피혁·실·홀로그램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며 “정확한 정보를 상세히 제공해 주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올바른 구매 요령”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댓글이나 구매 후기도 정품과 가품을 가려낼 수 있는 척도가 된다”고 설명했다.
박미희 소비자원 국제거래지원팀장은 “가품을 구입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용카드 차지백서비스’를 신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품이 가품임이 확실한 경우, 해외에서 상품이 배송되지 않는 경우, 세관에서 가품으로 판정받고 폐기될 경우 등 피해를 입었을 때 국내 카드사에 차지백 서비스를 요청하면 거래를 취소할 수 있다. 박 팀장은 “해외 거래는 가급적이면 현금 거래를 하지 말고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거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차지백 서비스를 신청한다고 해서 다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다. 피해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박 팀장은 “사업자가 이메일 답변이나 해명을 거부한 뒤 7∼10일이 지나면 국제 소비자 포털에 사기 의심 사이트로 등재할 수 있다”며 “이를 근거로 카드사에 차지백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조재연·전세원·서종민 기자 jae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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