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업데이트 후 가정에도 보급
작년 어린이날 ‘부모놀이’행사
달고나·공기·제기차기 등 즐겨
학교에 아동친화놀이공간 설치
‘어디든 놀이터’ 사업 자리잡아
아동 그림 모아 디자인 반영도
지난해 광주광역시 일원의 공공기관에는 색다른 지도 하나가 배포됐다. ‘놀이지도’다. 광주 지역의 가볼 만한 관광지, 도서관, 공원정보 등과는 다른 아동 중심의 편안한 놀이 공간에 대한 정보를 담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주아동옹호센터가 제작했다. 놀이공간도 ‘탐험하다’ ‘상상하다’ ‘빠져들다’ 식으로 ‘∼다’로 끝나는 동사로 이름 붙여 아이들의 활동 모습을 친숙하게 표현했다. 놀이에 대한 전문가 글과 놀이판도 실어 어디서든 재미있게 놀 수 있게끔 주안점을 뒀다.
지도를 접한 학부모들과 아동들에게서 호평이 쏟아졌다. “사는 지역에서 아이와 함께 가볼 만한 곳을 지도로 한눈에 보게 돼 유익했다. 널리 알리고 싶다”고 칭찬했다. 한송희 광주아동옹호센터 과장은 “아동과 부모가 함께하기 좋은 광주 지역 놀이공간에 대한 어른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현장 방문, 검색 보완, 사진 수록 절차를 거쳐 1000부를 제작, 배포했다”며 “올해는 내용을 업데이트해서 가정까지 배포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아동옹호센터의 여가 놀이지원 사업은 이처럼 차별화된 지도부터 부모와 함께하는 놀이 개발, 놀 권리 인식 확산, 학교 시설 개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어린이날 연휴 3일간 진행된 ‘부모 놀이 재발견-아빠, 엄마 같이 놀아요’도 같은 취지에서 마련된 행사다. 부모 자신이 어릴 적 놀았던 놀이를 기억하고 추억해 보며 아이와 함께 놀이를 해보면 누구보다 아동 놀이의 소중함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행사에는 750여 명의 아동과 보호자 등 15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고, 각양각색의 다양한 놀이가 등장해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다. 이름만 들어도 아련한 옛 기억이 떠오르는 ‘추억의 달고나’부터 ‘제기차기’ ‘봉선화 물들이기’ ‘투호 왕중왕 뽑기’ ‘공기놀이’ ‘윷놀이’ ‘바닥 놀이’ 등이 대표적이다. 부모들도 동심으로 돌아가 손톱을 예쁘게 물들이고 제기차기로 운동신경을 뽐내며 놀이가 주는 매력과 정서의 교감, 자녀 놀이 제공의 가치를 확인했다. 광주아동옹호센터는 올해 5월 4∼5일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함께 ‘아동권리와 평화’를 주제로 이 행사를 확대해 열 방침이다.
이보다 앞서 2017년 6월에는 아동의 놀 권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아동권리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우기 위한 취지의 세미나에도 착수했다. 그해 6월에는 김형모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초청, ‘아동권리’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해 4월에는 놀이터 디자이너인 편해문 씨에게 ‘놀 권리는 어린이의 생존권이다’를 들었다. 올해 4월 9일 오후에는 광주가톨릭대 평생교육원 대건문화관에서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를 초청, ‘놀이할 권리는 아동의 삶이다’란 주제 강의를 들을 예정이다.
박미정 광주광역시의회 의원은 ‘아동의 놀 권리에 관한 광주광역시의 현황과 방향’을 발표한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지방선거 후보자에게 전달됐던 놀이와 관련된 정책 제안집을 전달하는 퍼포먼스와 함께 참석자들에게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31조 ‘모든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놀 권리가 있습니다’에 근거해 책임과 권한을 이행하도록 요청하기로 했다. 두 차례 세미나를 들었던 아동 양육시설 관계자들은 “처음엔 시설 아동들은 결핍돼 있으므로 많이 채워주고 많이 제공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아동의 성장 동력은 아동 안에 있고, 기다려 줘야 하며 무한한 신뢰를 주는 게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난해 12월 11일 광주아동옹호센터가 주도해 문을 연 ‘어디든 놀이터’ 사업도 전국 최초 기록을 세우며 단숨에 주목받았다. 어디든 놀이터는 지역 내 놀이공간이 부족한 아동을 위해 아동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 공간을 아동의 의견을 토대로, 아동친화 놀이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아동의 놀 권리를 지켜주는 게 목적이다. 광주아동옹호센터가 공모를 통해 ‘낙낙놀이터’로 이름 붙인 어디든 놀이터를 설치한 곳은 광주 서구 상무버들로에 자리한 광주극락초교. 즐거울 락(樂)과 현관문 노크 소리(Knock·낙)의 의미를 담은 경쾌한 호칭으로, 즐거운 중앙현관 놀이공간을 표현했다.
이 과정에서 광주아동옹호센터는 전교생의 의견을 담은 놀이공간을 선보이기 위해 아이들의 글과 그림으로 의견을 모아 디자인에 반영했다. 홍경숙 건축디자이너가 디자인 진행을 맡아 ‘우리 학교 놀이공간 찾기’ ‘우리 학교 놀이공간 상상하기’ ‘우리 학교 놀이공간 구성하기’를 주제로 3차례의 회의를 여는 세심한 과정을 거쳐 학교 중앙현관을 아동친화 놀이공간으로 꾸몄다. 전국 학교 중 중앙현관이 놀이공간으로 변모한 첫 사례다. 나무아지트와 나무계단, 나무의자가 안팎으로 자리해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는 장소다. 또 지속해서 모니터링해 불편한 점이 없는지 살필 계획이다.
낙낙놀이터가 탄생한 모든 과정은 아동이 참여하는 모범 사례로 꼽혀 한국교육개발원 사용자 참여 설계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교사그룹 전문가 협의회와 광주교육포럼 등에서 발표됐다. 경북, 전남 등에서는 벤치마킹을 위한 견학도 온다. 오숙희 광주아동옹호센터 소장은 “아동들이 ‘노는 시간이 부족하다’ ‘놀이터는 대개 비슷하고 녹슬거나 부서져 있고 철 소재여서 여름엔 뜨겁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어디든 놀이터에 십분 반영했다”며 “올해는 광주 광산구 금구초교에 어디든 놀이터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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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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