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오른쪽)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모두발언을 하다 얼굴을 만지고 있다. 왼쪽은 나경원 원내대표.  김호웅 기자 diverkim@
황교안(오른쪽)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모두발언을 하다 얼굴을 만지고 있다. 왼쪽은 나경원 원내대표. 김호웅 기자 diverkim@
MB 보석 결정에 이슈 띄우기
황교안 “국민의견 감안 조치를”
나경원 “文대통령 결단 해줘야”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조건부 보석으로 풀려난 가운데,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라고 강하게 요구하지는 않고 있지만 ‘국민의 의견’ ‘국민의 공감’ 등의 표현을 동원해 압박하는 모양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 사면 여부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오래 구속돼 있고 건강도 안 좋다는 말이 있다”며 “국민의 의견이 감안된 조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지난 1월 한국당에 입당할 당시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사면이란 것은 형사법적 절차지만 정치적 측면도 있다”며 “국민 통합과 화합, 하나 되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으나, 대표직에 오른 뒤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입에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KBS 라디오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많은 사안이 소위 정치적으로 과하게 포장된 부분이 있다는 것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는) 때가 되면 문 대통령이 결단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해주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이 지나치게 높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많이 공감하고 있고, 지금은 ‘전 정권을 비판하던 잣대를 들이대면 현재 권력이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지도부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전직 대통령을 고리로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황 대표는 전날 법원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보석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많이 편찮으시다는 말을 전해 듣고 정말 마음이 아팠다”며 “지금이라도 (보석이 이뤄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 역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보석 허가사유가 있었기 때문에 허가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나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모두 노골적으로 박 전 대통령 사면 필요성을 주장하지 않고 에둘러 촉구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의 형이 최종 확정되기도 전에 사면 얘기를 꺼내는 것에 대해 여론의 역풍이 일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장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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