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후 불구속 상태가 유리
“최종심 실형선고 가능성 커
형 미리 사는게 낫다” 평가도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 정준영)가 6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보석을 허가한 핵심 이유는 “구속 기간이 만료(4월 8일)돼 석방되면 오히려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가 된다”는 점이었다. 어차피 한 달 뒤면 풀려날 이 전 대통령이니만큼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보다는 자택 구금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용하는 편이 향후 재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증거인멸 등을 방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여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유권무죄에 따른 재판부의 선처’와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다.

7일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2심 재판이 길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족쇄를 채워두는 편이 낫다는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건부 보석의 경우 구속영장의 효력이 유지되기 때문에 보석 조건을 어기면 언제든 다시 수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판부 역시 전날 “구속 기간 만료 전까지 충실히 심리하고 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보석을 허가하며 자택 구금 외에도 가족·변호인 외 접견금지 및 통신 제한, 보증금 10억 원 납부, 매주 한 차례 활동 내역 보고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이 전 대통령이 재판부의 조건을 듣고 “그냥 구치소에 있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인 이유다. 더욱이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 측이 강조한 고령과 건강문제를 이유로 하는 보석(병보석) 청구는 허가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전 대통령은 병원에 갈 때마다 재판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아 최종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큰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미결수 신분으로 최대한 형을 살아 놓는 편이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향후 실형이 확정될 경우 미결수 신분의 구속기일이 형기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다뤄진다”며 “미결수가 있는 구치소는 기결수가 수감된 교도소에 비해 시설이 낫고 변호인 접견도 제한이 적다”고 말했다. 보석 여부를 결정할 때 기준은 구속영장 발부 기준과 비슷하다.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는지다. 여기에 더해 실형 선고의 가능성이 큰 경우 피해자 등에 대한 가해 염려가 있는 경우 등도 고려 대상이다. 법원은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더라도 직권 또는 청구에 의해 임의적 보석을 허가할 수 있다. 지난해 전국 법원에서 청구된 보석 허가 비율은 33.3%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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