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참고인 신분조사
올해 2월엔 피의자로 바꿔
김경수 판결과 연관 의혹

“사법농단 판사 선택적 기소는
법원 목줄 쥐고 있겠다는 것”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와 관련, ‘보복 기소’ 논란의 핵심에 있는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처음 소환된 시점은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판결(1월 30일)을 내린 이후인 지난 2월인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5일 공무상 비밀누설로 기소된 성 부장판사와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정식 소환조사를 받은 것은 지난달 중순 무렵”이라고 밝혔다. 수사팀이 보복 기소를 부인하는 논리로 “지난해 9월 참고인 조사 당시 인지수사였기 때문에 당사자들에게 피의자로 입건한다는 얘기를 통보하지 않았을 뿐 이미 피의자로 전환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 판사가 기소된 배경이 김 지사 판결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법원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성 판사는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판결을 내린 뒤인 2월에서야 처음으로 피의자 신분임을 통보받았다는 전언이다. 검찰이 성·조 판사로부터 받은 ‘참고인 진술조서’에 대해서도 “참고인 조서도 진술거부권을 고지한 뒤에 받은 터라 피의자 신문조서와 동일한 효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논란거리다. 검찰이 ‘피의자 입건 시점’으로 ‘피의자 소환 시점’을 호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법원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김경수 판결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성·조 판사에 대해 피의자 입건 번호를 받은 내부 인지보고서를 공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면서 “설령 실제 지난해 9월 피의자로 입건해뒀더라도, 김경수 판결 직후 갑자기 피의자로 소환해 정식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으려 했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아무리 진술거부권을 고지했어도, 조사를 받는 당사자가 본인이 피의자 신분임을 알지 못했다면 변호인 조력권을 생각하지 못한다”면서 “판사들을 상대로도 수사 트릭을 쓴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나머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들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계속 판사들의 목줄을 틀어쥐고 있겠다는 협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검찰의 선택적 기소가 “공소권 남용”이라는 지적이다. 검찰은 전·현직 고위법관 10명의 추가 기소를 발표하면서 “사법부 수사가 일단락됐을 뿐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법조인들은 “나머지 관련자들에 대해 불기소나 기소유예 결정을 내리지 않는 이유가 수상하다”고 의문을 제기한다. 한 고위 법관은 “수사가 아직 안 끝났다는 검찰의 공표는 법관들을 향해 ‘향후 법정에서 이뤄질 증인신문에 협조하라’는 공갈”이라고 비판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