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6일 ‘제2 벤처 붐 확산전략 보고대회’에서 “2022년까지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유니콘 기업을 20개로 늘리겠다”고 했다. 12조 원대 스케일업 전용펀드 조성 계획도 나왔다. 이전에 나온 정책에서 숫자와 표현만 바꾼 것이 대부분이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공유승차·공유숙박이 불법인 상황에서 어떻게 제2 벤처 붐을 일으키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그는 지난달에도 공유경제·원격진료의 이해관계자 사회적 대타협을 언급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대해 “어느 시대 부총리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창의적 발상이 규제의 벽에 좌절하는 현실에서 이해 당사자들이 알아서 풀라는 건 직무유기다. 경제 미래와 소비자 편익보다 공무원 보신을 앞세운 복지부동이 문 정부 들어 더 심해지는 양상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대폭 낮춘 데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8%에서 2.6%로 끌어내렸다. 고용·분배 지표가 최악인 상황에서 수출마저 3개월째 내리막이고, 추락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중국 진출 시발점인 베이징 1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한다. 수출·반도체·중국시장·주력기업 등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줄줄이 휘청이는 비상 국면이다. 획기적 처방이 없으면 침체의 나락으로 빠져든다.

이런데도 문 정부의 상황 인식과 대응 태세는 한가롭다. 경제 정책을 이끄는 기획재정부의 새해 업무 계획을 6일, 그것도 서면보고로 대체한 것이 상징적 사례다. 나라 안팎에서 위기 경보가 쏟아지는 상황이라면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수시로 만나 출구를 모색해도 모자랄 판인데, 로드맵도 없었다는 것 아닌가. 더구나 전례 없는 서면보고조차 내용도 부실하고, 대통령이 대북 문제에만 매달린다는 외부 지적이 나온 후에 이뤄졌다는 것도 기막히다. 충격적인 2월 수출실적 이후 나온 정부 대책도 단기 무역금융 지원 같은 미봉책뿐이다. 대통령이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 기조 유지를 천명한 마당에 경제 장관들은 곁가지 정책만 건드리고, 일선 공무원들은 행여 책잡힐까 바짝 엎드려 있다. 위기의식도 실력도 없는 문 정부 대응이 한국경제 비관론을 더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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