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1950년대의 대한민국은 1인당 소득(GNI)이 1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주 가난한 나라였다. 그런 한국의 2018년 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 2006년에 2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또, 2017년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5400억 달러로 세계 경제의 1.92%이며 12번째다. 인구가 5000만 명이 넘으면서 2만 달러와 3만 달러가 넘는 나라는 공히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7개국뿐이다. 1964년 100달러, 1977년 1000달러, 1995년 1만 달러를 거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지속해 온 것이다.

한국 경제의 빠른 성장 요인을 분석한 국내외 경제학자들은 사유재산 보호, 민간기업 위주의 경제 운용 등을 꼽는다. 그 결과 이전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지금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한국 사람들의 물질적 생활은 크게 개선됐으며, 과거의 굶주렸던 시절은 이제는 기억으로 남을 뿐이다.

하지만 소득이 3만 달러를 넘었다는 소식에도 국민의 반응은 냉담하다.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다. 냉담함을 넘어 한국은 여기까지인가 하는 탄식도 나온다. 그런 탄식이 기우가 아닌 것은, 탄탄하게 성장해 온 한국 경제의 토대가 빠르게 망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까지 한국 경제가 성장해 온 경제 체제적 틀인 사유재산 보호와 민간 경제 위주로 되돌아갈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들만이 동의하는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다락같이 올린 최저임금의 여파로 증가하는 실업과 속출하는 폐업, 조세 정의라는 이름 아래 가파르게 올린 세금, 공정 경제와 정의라는 이름 아래 쉼 없이 행하는 기업 때리기, 가맹점 본사와 가맹점 간의 거래에 미주알고주알 간섭하는 행위, 카드 수수료 강제 인하로 인한 거래 기회의 축소 등은 모두 정부가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사유재산은 개인의 자유의 보루이며, 정의와 평화의 근간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명목으로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정의와 평화를 파괴하는 행위다. 두말할 나위 없이 경제도 망가뜨린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난한 사람들부터 곤란에 처하게 된다. 상·하위 20%(소득 5분위와 1분위) 간의 격차가 이전보다 더 커졌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고 내리막길로 들어섰다고 개탄하는 것은 결코 기우가 아니다.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를 넘었지만 즐겁지만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우리 사회가 소득 수준에 걸맞게 지성적으로 성장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유재산이 침해되면 사람들은 다투고 도덕적으로 타락한다. 특히, 정부가 복지 정책을 광범위하게 시행하면 복지 수혜자들은 익명의 다수 속에 숨을 수 있고, 많은 사람이 함께 혜택을 받으므로 수치심을 감출 수 있어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또, 그런 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세금을 통한 합법적 약탈에 정당성을 부여하기에 이른다. 사람들은 도덕성과 정의감을 상실하고 건강성을 잃으며 파렴치하게 된다. 5000만의 안위가 달린 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해결책을 모색하는 지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지성은 아예 증발한 것처럼 보인다.

경제 파괴와 지성의 후퇴가 지금 대한민국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다. 국민 1인당 소득은 3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우울해졌다는 것은 이상한 역설(逆說)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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