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女 82% “병원가기 겁나”
심리적 부담에 질병 더 키워

비밀상담 등 내세워 홍보하며
산부인과 내원·진료장벽 낮춰


생리불순 치료를 위해 정기적으로 산부인과를 찾는 직장인 이모(26) 씨는 ‘젊은 여성이 왜 산부인과를 방문하냐’는 주변 시선에 시달려왔다. 이 씨는 8일 “고등학생 때 산부인과에 갔다가 어머니뻘 되는 중년 여성들이 ‘어려 보이는데 무슨 일로 왔냐’며 훑어봐 불편했다”고 고백했다.

이 같은 고충 때문에 병을 참는 젊은 여성들을 위해 ‘미혼 여성 전문 산부인과’라는 새로운 형태의 병원이 생기고 있다. 이들 병원은 ‘임신과 출산에 국한돼 있는 산부인과 선입견을 과감하게 깨트린다’며 산부인과 방문을 꺼리는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홍보한다. 질병이 있어도 주변 시선 때문에 산부인과를 찾지 못했던 젊은 여성들이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산부인과들은 ‘100% 비밀 보장’ ‘비밀 상담을 위한 카카오톡 창구 마련’ 등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의 한 병원은 홍보 블로그에서 “산부인과 방문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100% 비밀 상담을 진행해 환자분의 프라이버시를 지켜드린다”고 광고한다. 신정호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산부인과에 대한 장벽을 낮추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여성이라면 누구나 정기검진을 다녀야 하는데, 심리적 장벽 때문에 병을 키운다면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미혼 여성을 겨냥한 병원의 등장이 오히려 산부인과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여성이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일이 ‘숨겨야 할 일’ ‘드러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인식이 공고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4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성인 미혼 여성 13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2.8%의 미혼 여성 응답자들이 임신 전에도 산부인과 검진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면서도, 동시에 82.4%가 무섭고 두렵다는 이유로 산부인과 방문을 일반 병원 방문에 비교해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병원은 ‘미혼여성 전문’이라고 홍보하면서 실상 ‘미백 수술’ ‘이쁜이 수술(질 성형술)’ 같은 시술을 권유하는 홍보를 하기도 한다. 정모(26) 씨는 “미혼여성 전문 산부인과를 알아보다가 사이트에 온갖 시술 내용만 홍보하고 있어 불편했다”고 말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미혼 여성과 기혼 여성이 다니는 산부인과가 따로 있다면 오히려 ‘미혼 여성인데 왜 산부인과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맞닥뜨릴 수 있다”며 “산부인과의 명칭을 ‘여성의학과’로 개정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주예 기자 ju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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