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反정부 시위에 굴복
후임자 찾는 행사 개최 약속
시민들 반응은 여전히 냉담


‘20년 장기집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종신집권을 기도하던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82·사진) 대통령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부딪혀 결국 5선 도전 포기를 선언했다. 내달 예정됐던 대선도 미뤄졌으며 연말까지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11일 가디언, BBC 등에 따르면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전날 건강검진 및 치료차 머물렀던 스위스 제네바에서 귀국한 뒤 이날 자신의 사무실에서 알제리 국민에게 전하는 깜짝 서한을 발표했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휠체어를 타고 있는 그는 서한에서 지난 8일 있었던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거론한 뒤 “이러한 방식의 표출을 선택한 많은 동포의 동기를 이해한다”며 “다섯 번째 임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내 건강 상태와 나이를 고려했을 때, 알제리 사람들을 위한 내 마지막 임무는 새로운 공화국 건설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오는 4월 18일 예정됐던 대선도 없을 것”이라며 “새로운 체계와 새로운 공화국이 알제리의 새로운 세대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기 대통령감을 찾기 위한 국가적 콘퍼런스를 연말까지 개최하겠다고 약속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알제리 국민이 자유롭게 선출한 후임 대통령에게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넘길 것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1999년 취임 이후 20년 동안 장기 집권을 이어온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5선 도전’ 의사를 밝힌 뒤 거의 매일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퇴진시위에 직면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다시 당선되면 빨리 사퇴할 것”이라고까지 말했지만, 시민들의 냉담한 반응은 계속 이어졌었다. 서한이 발표되자 알제리 시민들은 서로 얼싸안고 소리를 지르며 차 경적을 울리는 등 기쁨을 표현했다.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던 누르헤인 아트마니는 가디언에 “너무 좋은 뉴스”라며 “아직 일어나야 할 일이 많아서 행복하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오우프 파라흐는 “선거 연기는 현상유지일 뿐”이라며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언급에 불신감을 드러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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