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산력이 드디어 0.98로 세계신기록을 경신했다. 출산력이란 15세에서 49세까지의 가임여성들이 평생 평균적으로 아이를 몇 명 낳는가 하는 지표로서, 0.98명이란 평균 한 명 이하를 낳는다는 말이다. 과연 그런가? 맞는 말이다. 이 지표의 산출은 세계적으로 공인된 것으로, 모든 국가가 이 방법으로 출산력을 구한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젊은 부모들 중에는 한 명의 자녀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도 있지만, 두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부부도 많다. 이는 출산력이 2.0에 해당하는 부부도 꽤 많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 수치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일까? 그에 대한 답은 출산력의 지표 산출 방법에 숨어 있다. 가임여성에는 미혼 여성도 포함된다. 따라서 출산 과정을 이미 거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만 평균 출산 수를 따지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기혼 여성들의 출산력은 정식으로 공표하고 있지 않지만, 비공식적으로 알아보면 1.5 남짓일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에겐 꿈의 숫자다. 0.98과 1.5의 차이를 생각해 보자. 0.98은 미혼인 여성들도 포함되지만, 1.5는 기혼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기혼 여성은 평균 1.5명의 아이를 낳는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따라서 미혼 여성도 포함하는 0.98의 수치와 함께 기혼 여성의 출산력 지표도 함께 발표하는 게 옳다.
이러한 논리로 볼 때 모든 미혼 여성이 결혼한다면 출산력은 1.5명에 금방 이르게 될 것이다. 즉, 이 두 수치의 차이를 분석하면 우리의 출산정책 방향을 읽을 수 있다. 기혼자들의 출산력을 증진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결혼을 미루는 젊은이들이 쉽게 결혼하도록 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아이를 낳으면 출산수당으로 얼마를 준다느니, 육아수당으로 얼마를 준다느니 하는, 돈을 주는 현재의 정책은 기혼자들을 위한 것이다. 결혼을 미루는 사람들을 도외시한 정책이다.
결혼이라는 강을 건너야 하는 미혼의 젊은이들에게는 출산 증진 정책은 그야말로 ‘강 건너 불을 보는’ 현실성 없는 1차원적 정책에 불과하다. 저출산 대책의 정책 방향은 결혼을 미루는 사람들이 쉽게 결혼하게 하는 정책과, 결혼한 젊은이들이 아기를 쉽게 낳고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출산 정책을 양대 축으로 해야 한다.
결혼을 미루는 젊은이들이 결혼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인프라가 필요하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정책을 확대해 결혼이라는 강을 건너는 교량을 국가가 만들어야 한다. 그 다리를 건넌 기혼자들이 육아를 쉽게 하도록 하고, 아이들을 안심하고 교육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게 국가의 책임이란 뜻이다. 이는 결혼을 앞둔 커플뿐만 아니라 기혼부부의 출산양육도 돕는 일거양득의 정책이다. 현실은 어떤가? 취업난 속에 좋은 직장을 찾는 건 매우 요원하니 결혼도 버겁다. 집값은 하늘보다 높고, 아이를 낳으려니 양육할 시설도 마땅찮은 데다 양육비 부담이 커서 하나 낳기도 힘들다. 더구나 아이가 성장하면 사교육비에 들어가는 부담에 허리가 휜다. 그러니 미혼율은 높아지고 첫 출산연령도 높아지니 둘째 출산 기회도 줄어든다.
0.98이라는 출산력은 국가정책의 총체적인 문제 지표로 읽힐 수도 있다. 이쯤 되면 국가는 초저출산의 총체적 책임을 져야 하고 그 와중에서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부모들은 애국자로 표창 감이다.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은 ‘0.98’에 절망하지 말고 ‘1.5’를 교훈 삼아 국가는 출산정책의 방향을 개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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