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여성 못생겼다며 혐의 부인한 피고인들 주장, 법원이 인정해
이탈리아 법원이 2017년 피해 여성이 ‘너무 남성적으로 생겨 매력이 없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성폭행 혐의를 무혐의 처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성단체들이 사법부를 성토하는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11일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이탈리아 대법원에서 2년 전 항소법원이 내렸던 한 성폭행 사건 판결이 파기환송되면서 해당 법원이 피해 여성이 너무 남성처럼 생겼다는 이유로 가해자들에게 무죄 선고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판결에 분노한 200여 명의 시민들은 항소법원 앞에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다. 2015년 당시 22세였던 페루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가해 남성 2명은 이듬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탈리아 중부 안코나의 항소법원은 “피해 여성의 외모가 ‘남성처럼 보여 매력이 없기 때문에’ 성폭행 당했다는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3명의 여성판사로 이뤄진 재판부는 피고들이 “이 여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지 않았다”고 진술했고, 피고 가운데 한 명은 휴대전화에 피해 여성의 이름을 ‘바이킹’이라고 표기한 점도 무혐의 판단의 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피해 여성의 변호인 신치아 모리나로는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내린 여러 이유를 적었지만 피고들이 피해 여성의 외모가 ‘추해’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한 내용이 포함됐다”며 “재판부가 ‘(피해) 여성의 사진이 이 주장을 반영한다’라고도 썼다. 역겨운 판결”이라고 말했다. 사건 당시 피해 여성은 저녁수업을 마치고 남성들과 함께 바에 갔다 약을 탄 음료를 먹은 뒤 성폭행 당했으며 실제로 여성의 혈액에서는 수면·진정제로 쓰이는 벤조다이아제핀 성분이 다량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피해 여성은 남성들을 성폭행 혐의로 신고했다는 이유로 오히려 안코나에서 따돌림을 당하다 결국 페루로 돌아갔다.
법원 앞 항의시위를 조직한 여성단체 대변인 루이자 리치텔리는 이번 판결은 “중세에나 볼 법한 것”이라며 “이런 판결이 여성판사 3명으로부터 나왔다는 점은 문화적 측면에서 볼 때 최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판결은 창피하지만 이 시위에 200명 정도나 모인 것은 이탈리아의 기적”이라며 “다행히도 이런 사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도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
이탈리아 법원이 2017년 피해 여성이 ‘너무 남성적으로 생겨 매력이 없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성폭행 혐의를 무혐의 처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성단체들이 사법부를 성토하는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11일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이탈리아 대법원에서 2년 전 항소법원이 내렸던 한 성폭행 사건 판결이 파기환송되면서 해당 법원이 피해 여성이 너무 남성처럼 생겼다는 이유로 가해자들에게 무죄 선고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판결에 분노한 200여 명의 시민들은 항소법원 앞에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다. 2015년 당시 22세였던 페루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가해 남성 2명은 이듬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탈리아 중부 안코나의 항소법원은 “피해 여성의 외모가 ‘남성처럼 보여 매력이 없기 때문에’ 성폭행 당했다는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3명의 여성판사로 이뤄진 재판부는 피고들이 “이 여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지 않았다”고 진술했고, 피고 가운데 한 명은 휴대전화에 피해 여성의 이름을 ‘바이킹’이라고 표기한 점도 무혐의 판단의 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피해 여성의 변호인 신치아 모리나로는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내린 여러 이유를 적었지만 피고들이 피해 여성의 외모가 ‘추해’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한 내용이 포함됐다”며 “재판부가 ‘(피해) 여성의 사진이 이 주장을 반영한다’라고도 썼다. 역겨운 판결”이라고 말했다. 사건 당시 피해 여성은 저녁수업을 마치고 남성들과 함께 바에 갔다 약을 탄 음료를 먹은 뒤 성폭행 당했으며 실제로 여성의 혈액에서는 수면·진정제로 쓰이는 벤조다이아제핀 성분이 다량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피해 여성은 남성들을 성폭행 혐의로 신고했다는 이유로 오히려 안코나에서 따돌림을 당하다 결국 페루로 돌아갔다.
법원 앞 항의시위를 조직한 여성단체 대변인 루이자 리치텔리는 이번 판결은 “중세에나 볼 법한 것”이라며 “이런 판결이 여성판사 3명으로부터 나왔다는 점은 문화적 측면에서 볼 때 최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판결은 창피하지만 이 시위에 200명 정도나 모인 것은 이탈리아의 기적”이라며 “다행히도 이런 사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도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