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만 중기중앙회 본부장

기술탈취는 주로 거래에서 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대기업이 중소기업으로부터 기술자료를 제공받은 후 해당 중소기업과 거래를 단절하고, 자신의 기술인 것처럼 유용하거나 다른 하청업체에 기술을 제공해 더 저렴한 비용으로 부품과 기술을 공급받으려고 하면서 발생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이러한 기술유출 피해는 2017년 기준 총 78건에 피해 금액 1022억 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마저도 일부의 사례일 뿐 기술을 탈취당한 중소기업이 △사실 입증의 어려움 △소송의 장기화 및 소송비용 부담 △대기업과의 거래 단절 등의 이유로 설문에 응답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기업들의 실제 피해규모는 파악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2월 범정부 차원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각종 보완대책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법적 울타리 내에서 중소기업이 기술탈취 사건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과제가 있다.

우선, 소송의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 특별히 기술탈취 사건에 대해서는 사실관계의 입증 책임 의무를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하도록 해야 하며 기술 탈취기업에 자료제출을 의무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하도급법에 3배 이내로 시행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기술보호 관련 법률에도 도입하고 배상액을 10배 이내로 강화했지만, 하도급법이 도입된 2011년 이후 현재까지 3배 손해배상이 인정된 사례가 없는 만큼, 단순히 손해배상액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기술탈취 사실과 손해액을 명확히 입증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그리고 기술탈취 사건을 전담하는 기관도 일원화해야 한다. 현재는 중기부,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이 각기 다른 성격의 기술탈취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정확한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하고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전담기관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첫 위반 사례를 밝혀내고, 올해 1월에는 기술보증기금에서 기술임치시스템과 기술자료 거래기록 등록시스템을 출시하는 등 기술탈취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고무적인 성과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백 대표가 제시한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많은 시청자가 공감하고 수긍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대·중소기업 간 기술탈취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을 통해 기술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기업들의 명쾌한 해결책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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