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에 사는 스물다섯 살의 성인 발달장애인 임서준(가명) 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신난다. 덩달아 그의 어머니 박진숙 씨도 지난해 이맘때에 비하면 오후 한때 한 잔의 차를 즐길 만큼의 여유가 생겼다. 지난해 말에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주간활동 서비스’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나서부터다.
이달부터 시행 중인 주간활동 서비스는 학교를 졸업한 성인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사회통합을 위한 지역사회 중심의 참여형 서비스다.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이번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임 씨는 지역 내 주간활동 서비스 제공 기관을 통해 오전에는 요리 등을 배우고, 오후에는 탁구 등 스포츠 활동에 참여한다. 6년 전 특수학교 고등부를 졸업한 임 씨의 경우 졸업 후 약 5년 동안 어머니의 보호 아래 주로 집 안에서 지냈다. 6개월 남짓 거주지 인근의 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물건을 던지는 등 도전적 행동이 심해 곧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은 23만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평소 우리 주변에서 생활하고 있는 발달장애인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발달장애인들의 도전적 행동 때문에 주로 집이나 보호시설 등에서만 생활하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은 나이가 들수록 복지 서비스 이용률이 낮아진다고 한다. 20대에는 약 40%의 발달장애인이 상시적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40대에는 20%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동안 발달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대부분 영·유아기와 학령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발달장애 자녀를 둔 대다수 가족은 돌봄의 부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극심한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호소해 왔다. 주 돌봄자인 부모가 연로하거나 사망하면 결국 장애인시설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된다. 시설 이용 기회마저 없는 발달장애인 중 일부는 농장 등에서 심한 착취에 시달리는 인권유린의 대상이 돼 뒤늦게 세상에 알려지기도 한다.
3월부터는 장애가족의 이러한 고충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올해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주간활동 서비스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주간활동 서비스는 만 18세 이상 성인 발달장애인에게 낮시간 돌봄과 지역사회 참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최근 정부의 복지정책 방향인 커뮤니티 케어의 발달장애인용 서비스인 셈이다. 소득·재산과 상관없이 읍·면·동 주민센터에 신청하면 종합조사를 거쳐 대상자로 선정된다. 기존 중증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돕는 활동지원 서비스와 달리 주간활동 서비스 이용은 자부담이 없다. 서비스 제공은 월 44∼120시간, 내용은 자조 모임, 건강 증진 활동, 음악 등 다양하다. 2∼4명의 그룹 활동으로 진행하며, 서비스의 30% 이상을 외부 활동으로 제공하고 있어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앞서 소개한 임 씨는 주간활동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부터 도전적 행동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제는 큰 어려움 없이 이웃들과 어울리기도 한다. 가족들은 그가 지역사회에서 혼자서도 충분히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의 내용이 더 다양해지고, 제공 시간 역시 늘어나길 바라고 있다.
지난해 9월, 정부는 주간활동 서비스가 포함된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10명 가운데 8명이 비장애인 친구가 1명도 없다고 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주간활동 서비스 등 사회적 지원 체계가 안착돼 발달장애인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친구도 사귀고, 일자리도 찾길 바란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포용사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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