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사건 무관 내용 기재
成판사 등 공소 기각해야”
檢 적폐수사하며 위반 잇따라


‘보복 기소’ 논란의 핵심에 서 있는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등의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는 주장이 법원에서 거세지고 있다. 검찰이 성 판사 등이 한 행위와 전혀 상관없는 내용을 공소장에 기재해 재판부로 하여금 ‘나쁜 일’이라는 예단을 갖게 했다는 지적이다. 소위 적폐청산 정국 이후 검찰의 ‘반(反) 공소장일본주의’ 행태가 심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13일 “해당 공소장에서 법원행정처 감사 과정에서 이뤄진 정보 누설 사실을 빼면, 아이러니하게도 공소장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면서 “검찰이 공소장일본주의를 어긴 전형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성 판사 등의 내부 보고를 받은) 행정처가 비위 법관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일정 수사정보가 누설됐다는 게 검찰 주장의 핵심으로 보인다”면서 “(검찰이) 그게 문제라고 봤다면 (성 판사 등이 아니라) 감사를 진행한 사람들의 부주의 등에 대해 조사를 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지난 5일 성 판사 등의 범죄혐의를 ‘공무상 비밀 누설’로 의율해 기소했는데 성 판사 등은 외부에 누설한 적이 없는 상황이라, 그로부터 내부 보고를 받은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의 행위를 공소장 8페이지에 각주와 더불어 기재했다. 또 일부 언론 등에서 해당 내용을 보도해 마치 성 판사 등이 외부에 누설한 것 같은 여론을 만들었다.

이는 대표적인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으로서 “재판부가 성 판사 등의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공소장일본주의란 검찰이 공소장에 피고인의 실제 행위와 전혀 상관없이, ‘실행 착수 전’이나 ‘실행 완료(기수·旣遂) 이후’의 일련의 과정들을 장황하게 덧붙이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을 일컫는다. 공소사실과 무관한 누더기 공소장을 통해 재판부가 ‘피고인은 나쁜 사람’이라는 유죄의 예단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소위 적폐수사에서 검찰이 공소장일본주의를 대놓고 어기는 경향이 더 심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공소장에서도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재판’ 관련 부분이 대표적인 공소장일본주의 위반 사례다. 공소장에는 기수 시점 이후 무려 3년간의 일련의 과정(대법관 합의 과정, 파기환송 후 과정 등)을 적어놨기 때문이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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