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설명서에 “경찰이 와도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문구
평화적해결 아닌 맞대응 유도
층간소음 대응 스피커들이 꾸준히 판매되는 가운데 일부 제품 사용설명서에 이웃 갈등을 부추기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층간소음 갈등의 평화적인 해결을 막고 맞대응하도록 유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일보가 13일 확인한 한 우퍼 스피커 업체 제품 설명서에는 경비실에서 찾아올 경우 “윗집 먼저 조용히 시키라 하면 된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최근 층간소음을 참다 견디지 못한 아랫집 주민들이 윗집에 ‘복수’하기 위한 용도로 우퍼 스피커를 구입하고 있다. 설명서에는 층간소음 분쟁을 조정하는 기관인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는 “아예 응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대화로 풀어낼 방법을 거부하도록 하는 셈이다. 법적인 허점을 노리는 듯한 문구도 있었다. ‘경찰이 와도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경찰이 더 알고 있다’고 쓰여 있었다. 업체는 사이트에서 층간소음을 해결할 수 있다며 제품을 홍보하고 있었다. ‘속이 다 시원하다. 윗집이 난리가 났다’ ‘층간소음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제품을 알게 됐고 윗집도 당해보라는 심정이었다’ 등의 후기들도 등장한다.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이모(45) 씨는 윗집의 소음으로 고통을 겪다가 후기를 보고 지난 1월 우퍼 스피커를 구매했다. 이 씨는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스피커를 사용한 이후 윗집이 최근 이사를 갔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천장에 스피커를 달아 의도적으로 큰 소리를 내면 경범죄처벌법상 통고처분이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최근 층간소음 스피커를 천장에 달아 ‘아기 울음소리’ 등을 튼 A(45) 씨를 폭행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기도 했다. 해당 제품 업체 관계자는 “위층도 소음을 직접 겪어 아래층을 이해해보자는 차원에서 제품을 만들었다”며 “스피커를 실제로 구매한 사람들만 매뉴얼을 볼 수 있는데 업체가 갈등을 조장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층간소음 전화 상담은 총 2만8231건으로 전년(2만2849건) 대비 23.5% 증가했다.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관계자는 “층간소음에 대해 보복성 수단으로 사용되는 우퍼 스피커와 관련한 민원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층간소음 문제는 갈등이 첨예한 사안이라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 제3자의 중재로 문제를 해결해야 극심한 싸움으로 번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송정은 기자 euni@munhwa.com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문구
평화적해결 아닌 맞대응 유도
층간소음 대응 스피커들이 꾸준히 판매되는 가운데 일부 제품 사용설명서에 이웃 갈등을 부추기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층간소음 갈등의 평화적인 해결을 막고 맞대응하도록 유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일보가 13일 확인한 한 우퍼 스피커 업체 제품 설명서에는 경비실에서 찾아올 경우 “윗집 먼저 조용히 시키라 하면 된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최근 층간소음을 참다 견디지 못한 아랫집 주민들이 윗집에 ‘복수’하기 위한 용도로 우퍼 스피커를 구입하고 있다. 설명서에는 층간소음 분쟁을 조정하는 기관인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는 “아예 응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대화로 풀어낼 방법을 거부하도록 하는 셈이다. 법적인 허점을 노리는 듯한 문구도 있었다. ‘경찰이 와도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경찰이 더 알고 있다’고 쓰여 있었다. 업체는 사이트에서 층간소음을 해결할 수 있다며 제품을 홍보하고 있었다. ‘속이 다 시원하다. 윗집이 난리가 났다’ ‘층간소음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제품을 알게 됐고 윗집도 당해보라는 심정이었다’ 등의 후기들도 등장한다.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이모(45) 씨는 윗집의 소음으로 고통을 겪다가 후기를 보고 지난 1월 우퍼 스피커를 구매했다. 이 씨는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스피커를 사용한 이후 윗집이 최근 이사를 갔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천장에 스피커를 달아 의도적으로 큰 소리를 내면 경범죄처벌법상 통고처분이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최근 층간소음 스피커를 천장에 달아 ‘아기 울음소리’ 등을 튼 A(45) 씨를 폭행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기도 했다. 해당 제품 업체 관계자는 “위층도 소음을 직접 겪어 아래층을 이해해보자는 차원에서 제품을 만들었다”며 “스피커를 실제로 구매한 사람들만 매뉴얼을 볼 수 있는데 업체가 갈등을 조장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층간소음 전화 상담은 총 2만8231건으로 전년(2만2849건) 대비 23.5% 증가했다.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관계자는 “층간소음에 대해 보복성 수단으로 사용되는 우퍼 스피커와 관련한 민원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층간소음 문제는 갈등이 첨예한 사안이라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 제3자의 중재로 문제를 해결해야 극심한 싸움으로 번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송정은 기자 eun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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